사내이사 등으로 올려 급여, 법인카드 등 지급...사실혼 파탄나자 소송 내
법원, 사주의 업무상 횡령 또는 배임에 동거녀 책임은 없어

이미지 크게보기 울산지법 전경. 울산지법 페이스북 캡처

회사 사주와 사실혼 관계에 있는 여성을 사내이사와 직원으로 등록해 급여 등 명목으로 수억 원을 지급한 업체가 여성과 사주가 헤어지고 난 후 돈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다가 패소했다.

울산지법 민사12부(강경숙 부장판사)는 건설업체 3곳이 A 씨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익 반환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6일 밝혔다.

A 씨는 이들 업체 3곳의 실질적인 사주인 B 씨와 사실혼 관계로 7년가량 이들 업체 사내이사 등으로 등재돼 급여를 받고, 법인카드와 법인 차량 등을 사용했다. B씨가 줘야 할 생활비를 사실상 회사를 통해 대리 지급한 것으로, 약 7억8000만 원 가량 된다. 둘 사이가 파탄이 나 2018년 A 씨는 B 씨를 상대로 사실혼 파기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B 씨가 A 씨에게 16억6000여만 원과 회사 주식 등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B씨 소유 업체 3곳은 A 씨가 실제 근무하지 않았는데도 그동안 급여를 받고, 법인카드와 법인 차량을 사용했기 때문에 총 7억8000만 원을 반환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 씨에게 불법의 책임이 없어 반환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즉, 업체 실소유주 B 씨가 A 씨에게 법인카드 등을 준 것은 B 씨의 업무상 횡령 또는 배임 행위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원고 업체들은 B 씨를 상대로 업무상 횡령 등으로 고발할 의사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며 "A 씨에게 법적 배상 책임이 있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또 "B 씨가 원고들을 상대로 업무상 횡령 또는 배임 행위를 저질러 A 씨에게 금품을 교부하도록 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A 씨가 B 씨의 배임과 횡령을 알고 있었다고 볼 증거도 없다"고 설명했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