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트 코로나 시대, 복지 해법 찾아라 - (下) 정부의 팬데믹 지원·보상

코로나 영향 빈곤율 높아졌지만
지원금 풀리며 소득불평등 감소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직격탄’
일용직, 초기타격뒤 곧바로 회복
노인, 코로나 全기간 소득 증가

미·영 등 사회보장제도 잘 갖춰
재난 상황서 완충재 역할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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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경제적 충격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세계금융위기와는 달리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자영업자 등 중산층에게도 미쳤다. 두 차례 위기 당시에는 대외 악재에 어느 정도 대비할 수 있었지만 신종 감염병에는 속수무책이었다. 가장 크게 타격을 받은 부문은 고용 시장이다. 코로나19 사태는 고용감소와 직결되면서 국내 경기를 빠르게 얼어붙게 했다. 어려운 경제 상황 탓에 영세한 공장과 사업장은 문을 닫았고 잠정 휴업에 들어갔다. 고용 악화는 경제 활동 주체인 개별 가구의 소득과 소비 감소로 이어졌다. 코로나19 사태가 자영업자 가구의 소득감소와 빈곤증가에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앞다퉈 재정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각국 봉쇄정책 등 방역정책이 사회·경제 전반에 던진 충격파는 예외가 없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경제적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 소상공인과 실업자, 저소득층을 위해 긴급재난지원금 등을 지급했다. 정부의 재정정책은 개별 가구의 경제적 피해를 줄여 경기를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긴급재난지원금은 지급 대상과 당위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쉽지 않아 정치적 논쟁거리가 되기도 했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의 지원으로 ‘코로나19와 긴급재난지원금의 영향,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연구를 수행한 남재현 부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한국 사회 내 개별 가구에 미친 사회·경제적 영향을 먼저 규명한 후 긴급재난지원금의 효과에 대한 실증적 근거를 확보하는 것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재난지원금 소득 불평등 완화에 기여 = 국내에서 코로나19 사태 탓에 시장소득(국민소득) 빈곤율이 높아졌으나 정부 지원으로 빈곤율이 어느 정도 완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경상소득(정기적 소득)과 처분가능소득(개인 의사에 따라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소득)도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발생 이전과 유사했다. 이는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실업급여, 아동돌봄쿠폰, 보조금 등을 다양하게 지원한 영향으로 보인다. 1차와 5차 긴급재난지원금은 빈곤과 소득 불평등 완화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불평등은 예상과 달리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1분기 모든 소득 유형에서 증가하진 않았다. 경상소득과 처분가능소득의 불평등은 증가했지만 시장소득 불평등은 감소했다.

소득계층별로 따져보면 저소득층일수록 코로나19 사태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집단은 자영업자다. 하지만 이들 중에서도 고용원 유무에 따라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코로나19 충격은 고용원이 없는 영세한 자영업자들에게서 두드러졌다. 고용원이 있는 중형급 이상 사업장을 가진 자영업자들은 상대적으로 타격을 덜 받았다. 일용직 노동자의 소득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지속적으로 감소한 것만은 아니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어느 정도 피해를 입었으나 곧바로 회복된 것으로 보인다. 가구유형에 따른 차이도 명확했다. 코로나19 이후 전 기간에 걸쳐 노인 가구는 소득 증가를 경험했으나, 모자 가구는 상당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긴급재난지원금 영향이다.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인한 지출이 가장 크게 증가한 집단이 저소득 계층과 노인 가구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모자 가구는 지출이 가장 많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일용근로자 가구와 노인 가구에서 소득 불평등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줄어들었지만 모자 가구와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 가구는 악화된 것이다.

◇각국 경기부양책 소득 보전, 고용 유지에 효과 =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사실상 모든 국가가 봉쇄정책을 단행했다. 실물경제와 고용시장에 미친 영향도 유사했다. 미국·일본·독일·영국 등 4개국을 살펴보면 코로나19 유행이 본격화된 2020년 상반기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였고, 개별가구 경제활동도 위축됐다. 노동시장 하위지표인 고용률은 떨어지고 실업률은 치솟았다. 사회·경제적 충격은 교육수준이 낮거나 저임금·계약직 근로자처럼 고용 안정성이 낮은 취약계층에게서 두드러졌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은 실업보험 확대나 긴급구제지원정책 등 각국 정부 지원으로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 국가는 다양한 경기부양책을 쏟아냈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보편적 특징을 가진 재난지원금을 제공했다. 일반가구의 경제적 어려움을 완화하고 소비를 촉진하는 형태로 위축된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미국은 소득기준을 설정해 기준 이상 소득자에게 일정 범위 내에서 조정된 지원금을 주고, 자녀 수에 따라 수급액을 차등 지원했다. 일본은 일률적으로 1인당 10만 엔(약 96만 원)을 지급했다. 보편적 사회보장제도가 잘 갖춰진 독일과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는 대규모 재난지원금 대신 기존 사회보장제도를 개편, 일반가구와 취약계층의 경제적 어려움을 줄여줬다. 실업급여로 소득을 보전해주는 방식이다. 코로나19 타격이 집중됐던 소규모 경제주체에 대해서는 대대적으로 지원해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선별적 접근을 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각국 경기 부양책은 소득감소 완화, 소비수준 개선, 고용유지 등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회보장 정책들은 코로나19와 같은 대규모 재난 상황에서 발생한 부정적 영향을 흡수하는 완충재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