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공백 3주 - 원 구성 공전 책임공방

이미지 크게보기“국회 정상 가동됐으면…”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향하고 있다. 이날 출근길에 윤 대통령은 “지금 국민이 숨넘어가는 상황으로 국회가 정상 가동됐으면 법안을 냈을 것”이라며 초당적 대응을 요청했다. 연합뉴스

‘법사위 사수’ 치킨게임 하며
내부적으론 당권 다툼 몰두
민생법안 처리 안된 채 산적
장관후보 청문회도 진행안돼

전문가 “서로 통큰 양보해야”

국회 공전 사태가 22일째를 맞이했지만 여야는 서로 ‘네 탓’ 공방만 벌이고 있어 민생 살리기를 외면한 직무유기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원 구성 쟁점인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어느 당이 맡을지를 놓고 더불어민주당은 여러 조건을 주렁주렁 내걸고 있고, 국민의힘에서는 수용불가 입장을 고수하며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야 모두 내부적으로 당권 다툼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기한을 맞았지만 청문 절차 진행은 이미 물 건너간 상태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가 동상이몽해서는 민생 위기에 대응할 수 없다”며 “원 구성 협상을 더 이상 지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에 원내 지도부 마라톤회담을 공식 제안했다. 하지만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여당으로서 국민의힘은 성의 없이 시간만 끌지 말라”며 “국회의장을 하루빨리 선출해 시급한 민생 입법 처리와 인사청문 개최 등에 협조하든지, 책임 있는 여당으로서 원내 1당인 민주당을 설득할 수 있는 양보안을 과감히 제시하든지 양자택일의 결단으로 먼저 답하라”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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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원장을 둘러싼 공방도 여전했다. 민주당이 단독으로 국회의장단을 선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치며 공방은 가열되기도 했다. 권 원내대표는 “여전히 여의도의 여당인 민주당은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까지 다 가지려 하고 있다”며 “만일 민주당이 후반기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맡기로 한 여야 합의를 파기하고 국회의장단을 단독 선출한다면 민심 이탈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국회의장이라도 우선 선출해 입법부 공백을 없애고 시급한 현안 처리에 나서자고 수차례 촉구했다”며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의장 선출을 계속 거부하면서도 자신들이 먼저 중대 합의를 파기해 무너진 여야 신뢰의 회복을 위한 그 어떤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야가 국회 문은 닫고 입씨름만 벌이는 와중에 이미 청문회 없이 김창기 국세청장이 임명된 데 이어 박순애·김승희 후보자 역시 청문 절차도 확정 짓지 못하고 청문 기한이 닥친 상황이다. 민생 경제 챙기기 등 산적한 현안은 뒷전인 상황에서 결국 이 같은 국회 공백 사태가 새 정부 발목잡기라는 여권의 비판이 나온다.

정치원로들과 전문가들도 매서운 비판을 쏟아냈다. 민주당 출신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민생이 어려울 때 이래서는 안 되는 걸 여야가 모두 잘 알 텐데, 국민 앞에 죄송하단 말씀밖에 못 드리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출신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다수당이 국회의장을 차지하고 대신 소수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는 순리대로 하면 된다”며 “국회가 안 열리면 행정부가 제일 좋아하는데, 야당이 국정을 포기하고 있는 상태”라고 비판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상반기 합의에서 후반기 국회에서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이 가져간다고 했는데 (민주당이) 말을 바꾼 것”이라며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이 맡는 대신 (야당이 된 민주당의) 출구를 국민의힘이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민병기·김성훈·최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