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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범 경제부 차장

세계 주요 거시 경제지표가 하나같이 경기침체 임박을 가리키고 있다. 대표적인 지표 중 하나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는 지난해 7월을 정점으로 올 5월까지 10개월 연속 하락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급기야 지난 4월에는 99.99로 장기 평균치인 100 밑으로 떨어진 데 이어 5월에는 99.88로 한 계단 더 하락했다. 100 밑으로 떨어진 것은 코로나19 사태 여파에서 회복된 2021년 2월 이래로 처음이다. OECD 경기선행지수는 6∼9개월 뒤의 경기 흐름을 예측하는 데 사용된다. OECD 회원국과 유로존 국가의 노동·주택·소비·주식·금리 등을 종합해 산출한다.

경기침체 가늠자로 활용되는 장단기 금리 차이도 마찬가지다. 미국 10년 국채 금리가 2년 국채 금리에 역전당하는 순간이 닥치면 평균 21개월의 시차를 두고 경기침체가 발생해 온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이 제공하는 장단기 금리 차트를 열어 보면 지난 14일(현지시간) 0.04까지 떨어졌다. 장단기 금리 역전을 의미하는 0 밑으로 떨어지는 것도 시간문제다. 2020년 2월 코로나19발 경기침체가 본격화하기 전인 2019년 9월에도 장단기 금리 차이는 역전된 바 있다.

통계청이 매월 공개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경기침체가 임박했음을 시사하고 있다. 지난해 6월 101.8을 정점으로 올 4월까지 10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순환변동치가 꺾이면 경기 확장도 끝난 것으로 여겨진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지난 2월 102.6을 정점으로 3, 4월 연속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수출에 의존해온 우리나라는 수입액이 수출액을 압도하는 전례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세계화와 개방경제의 산물인 글로벌 공급망이 코로나19 봉쇄와 전쟁 여파로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서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이달 1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138억2200만 달러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연간 무역수지 적자를 이미 넘어섰다.

모건스탠리는 한국을 ‘탄광 속의 카나리아’로 불렀다.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에 육박하는 한국의 특성 때문에 세계 경제 위기를 가장 앞서 반영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과거 광부들은 유독가스에 민감한 애완 새 카나리아를 탄광에 함께 데려갔다. 카나리아가 노래를 멈추는 순간 탄광 안은 죽음의 공기로 가득 찬다. 카나리아 격인 수출 증가세는 둔화하고 있다.

세계 주요 거시 경제지표를 보면 이제 혹한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공급 과잉이 문제였던 과거의 경제 위기와는 양상이 전혀 다를 것이다. 기준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만으로는 현재 직면한 새로운 차원의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의 파고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는 당연히 재정 및 금융 건전성을 높이고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 문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겠지만, 여기에 안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혹자는 인플레이션이 앞으로 30년 이상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 규제를 확 풀고 생산력과 초격차 경쟁력을 높여 공급망을 주도하는 통합적인 경제정책을 펴야 ‘잃어버린 30년’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