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LM 제휴, 56조원 규모 전술입문기 수주 경쟁 본격화
한화디펜스, 레드백· K9 영국 등 유럽 방산시장 본격 노크

이미지 크게보기 국산 경공격기 FA-50 포탄 투하 모습. FA-50 제조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과 록히드마틴이 최대 56조원 규모 미국 전술입무기 수주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폴란드 공군도 FA-50 구매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공군 제공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미국 최대 방산업체 록히드마틴과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며 최대 56조원 규모 미국 전술입문기 수주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으로 안보 비상이 걸린 폴란드는 경공격기 FA-50 구매 협상 등을 위해 국방장관 방한에 이어 실무평가단이 최근 방한하는 등 FA-50 수출의 호기를 맞고 있다.

한화디펜스는 13일부터 17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유로사토리(Eurosatory) 2022’에 참가하는 등 미래형 보병전투장갑차 레드백과 K9 자주포를 앞세워 본격적인 유럽 방산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 확보에 전력하고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 LM Aero의 그레그 얼머(왼쪽) 사장과 KAI 안현호(오른쪽) 사장이 협력합의서 사인 후 악수를 하고 있다. KAI 제공

◆KAI,LM 500대 규모 미 해·공군 전술/고등훈련기 사업에 원팀 구성

KAI는 지난 9일(현지시간) 록히드마틴에 T-50 계열 항공기 1000대 이상을 판매하는 내용의 협력합의서(TA)에 서명하며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12일 밝혔다. KAI와 록히드마틴은 미 공군과 해군에 제시할 개량형 FA-50 경공격전투기의 제작과 마케팅, 설계, 기체 개량, 공장 신증설 등 전 분야에서 협력할 전략협의체 실무위원회를 상설 가동하기로 했다. 양사는 미국을 포함해 500대 이상으로 추산되는 세계 훈련기·경공격기 시장을 함께 공략하기 위해 ‘원팀’을 구성한다는 전략이다. 미국은 오는 2024∼2025년쯤 약 280대 규모의 공군 전술훈련기와 220대 규모의 해군 고등훈련기·전술훈련기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양사는 FA-50으로 수주에 도전한다. 국산 경공격기 FA-50은 KAI의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을 기반으로 개발했다. 최대 속도 마하 1.5에 공대공·공대지 미사일 등 기본 무장에 더해 합동정밀직격탄(JDAM), 지능형확산탄(SFW) 등의 정밀유도무기를 탑재할 수 있다. KAI는 미국 수주전에서 승리할 경우 세계 훈련기·격공격기 시장에서 최대 공급사로 자리잡으며 최소 20년간 일감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56조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시장 1000대 수출도 공동 보조·중유럽 수출도 급물살

록히드마틴과의 이번 협의가 지난해 11월 정부와 합동으로 국산 항공기 1000대 이상을 수출하기로 한 목표를 달성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안현호 KAI 안현호 사장은 LM 그레그 얼마 사장과 협력합의서에 서명한 직후 “록히드 마틴과 단일팀 구성으로 T-50 계열의 수출이 획기적 전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KAI는 미국 시장 진출은 물론 최근 급물살을 타는 중유럽과 중동 지역 수출 협상을 위해 T-50 계열의 항속거리를 늘리고 무장을 강화하는 성능개량을 추진하고 있다. T-50 계열은 우리나라는 물론 5개 국가에 200여 대 이상 판매된 기종으로 미국 사업 성공 시 서방 진영을 대표하는 훈련기 겸 경공격기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편 폴란드 정부가 한국산 무기 구매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폴란드 육군·공군 평가단이 극비리 방한해 국내 방위산업체들을 비롯, 군 당국과 두루 접촉하고 대량 무기구입을 논의 중이다. 특히 이번 방한에 무기 구매자금을 담당할 폴란드 경제개발은행 관계자들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산업 소식통에 따르면 폴란드 육군·공군 평가단과 폴란드 경제개발은행·혁신국 관계자 등 20여명이 지난 6일 비공개로 방한했으며 공군평가단은 강원 원주 8전투비행단을 방문해 FA-50 비행시범등을 참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평가단은 자주대공포 ‘비호’와 다연장로켓 ‘천무’를 운영하는 부대를 찾았다.

폴란드 공군평가단은 휴대용 지대공 유도무기 ‘신궁’ 운영부대를 방문한 데 이어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생산하는 한화시스템과 LIG넥스원을 찾았다. 같은 날 폴란드 육군 평가단은 K2 흑표전차를 만드는 현대로템을 찾았고, 다연장로켓 ‘천무’를 생산하는 한화디펜스를 방문한 뒤 10일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방한한 브와슈차크 국방장관이 한국산 무기 구매 규모를 대폭 늘리기로 하면서 국내 방산업계 수출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 크게보기 13일 프랑스 파리 노드 빌펜트 전시장에서 개막한 ‘유로사토리 (Eurosatory) 2022’ 방산 전시회에 참가한 한화디펜스 부스에 미래형 보병전투장갑차 레드백과 K9A2 신형 자주포 모델 등이 전시돼 있다.한화디펜스 제공

◆‘유로사토리’ 방산전시회서 레드백 장갑차 유럽서 첫 실물전시

한화디펜스는 13일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유로사토리 2022’에 참가 중이다. 프랑스 국방부와 지상장비협회가 주최하는 유로사토리는 2년마다 열리며, 전 세계 1800여 개의 방산기업과 5만 7000여 명의 관람객이 찾는 유럽 최대 규모 국제 방산전시회이다.

한화디펜스 관계자는 “이번 전시회에서 최첨단 궤도장갑차 레드백을 비롯해 K9 자주포와 타이곤 차륜형 장갑차, K21 장갑차, 비호-II 방공시스템 등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호주 육군의 최종 시험평가를 끝내고, 지난 달 국내에서 육군 시범운용을 마친 레드백 장갑차를 유럽에서 처음으로 실물 전시하며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선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 후 유럽 각국에서는 험지 돌파 능력이 뛰어난 궤도형 장갑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으며, 대전차미사일 등을 막아낼 수 있는 방호력을 갖춘 전투차량 도입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최신 보병전투장갑차인 레드백은 적의 대전차 미사일 공격을 먼저 감지하고 무력화시킬 수 있는 ‘능동방어시스템’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레드백은 이미 호주 육군의 보병전투장갑차 도입을 위한 랜드(LAND) 400 3단계 사업의 최종 2개 후보 기종 중 하나로 압축된 상태로, 미국 차세대 유무인 보병전투장갑차 사업에서 경쟁하고 있는 오시코시 디펜스(Oshkosh Defense)는 레드백을 기반으로 한 개념설계를 진행 중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한화디펜스가 영국에 제안한 K9A2 자주포 모형. 한화디펜스 제공

◆ 자동화포탑·고무궤도·원격무장 ‘K9A2’ 형상 첫 공개 … 英 자주포 사업 ‘정조준’

이번 전시회에선 영국에 제안한 자주포 K9A2 형상이 처음으로 공개된다. K9A2는 국방과학연구소(ADD)와 개발 중인 K9 자주포의 최신 업그레이드 모델이다. 100% 자동으로 포탄과 장약이 장전되는 자동화포탑이 탑재돼 분당 발사속도가 증대되고 탑승병력은 줄어드는 것이 특징이다.

한화디펜스 관계자는 “2016년부터 ADD와 이와 관련한 ‘고반응화포’ 연구개발을 착수해 지난해 8월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며 “영국의 MFP(Mobile Fires Platform) 자주포 획득 사업에 자동화포탑과 함께 복합소재 고무궤도와 원격사격통제체계등이 탑재된 모델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9 자주포는 전 세계 9개국이 운용 중인 가장 검증된 자주포 솔루션으로 글로벌 자주포 수출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야지 운용성이 뛰어난 궤도형 차량의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기존 K9 구매국들이 추가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손재일 한화디펜스 대표는 “세계 각국의 고객들에게 레드백, K9자주포를 비롯한 경쟁력 있는 제품과 솔루션을 적극적으로 마케팅해 K방산 수출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충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