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이명박 정부)와 같은 가격 통제 방식으론 절대 물가를 잡을 수 없다는 점을 윤석열 정부는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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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안정이 정책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 고위 관계자는 11일 이명박 정부 당시의 물가안정대책을 곱씹으며 “현 정부는 그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를 경험한 이 관계자는 물가를 잡기 위해 정부가 시장 가격을 억누르는 것은 ‘최악’의 대책이란 점을 몸으로 체험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경제 대통령’을 자처했었다. 전문경영인 출신인 그는 정책 역시 정부가 시장에 적극 개입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고환율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도 정부 입맛에 맞는 인사를 집어넣어 의도적으로 기준금리를 낮추게 했다. 물가가 뛰자 ‘물가 안정 책임관제’를 도입해 각 부처 실·국장들이 품목 가격 안정에 나서도록 했다. 당시 기획재정부 간부들이 ‘배추 국장’ ‘무 국장’으로 불리며 세간의 비아냥을 받은 것은 너무도 유명하다.
나중엔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나서서 가격을 올리는 기업들을 ‘때려잡기’했다. 불행하게도 물가는 잡히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은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며 정부가 시장을 압박하고 가격을 통제 했지만 경제는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통제 만능주의 식의 경제 정책은 시장의 기대감을 접게 했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 관료들은 당시 큰 교훈을 얻었기에 물가 상승률이 6%대를 바라보는 상황에서도 섣불리 시장에 개입하지 않는 모습이다. 가격 통제는 부작용만 불러올 뿐 해법이 될 수 없음을 잘 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막을 내리지 않는 이상 유가와 곡물 가격이 안정되긴 어렵다. 정부 관계자는 “경제를 운에 맡길 수 없지만 지금은 운이 필요하다”며 정책 당국이 물가 안정을 위해 쥐고 있는 카드가 별로 없음을 안타까워했다.
결국 이런 상황에선 ‘잘 버티는’ 것이 중요하다는 평가가 많다. 정부는 개별 경제주체들이 물가 상승에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다양한 유인책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전문가들의 충고를 요약하면 이렇다. 국내 농산물들이 가뭄 피해를 겪지 않도록 대책을 서둘러 마련하거나, 기업들이 원료 수급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세제·금융 지원 등을 최대한 가동하는 등의 대책도 필요하다.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수입품에 대해선 해외 의존도를 서서히 낮추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이미 이런 내용의 민생안정대책을 내놓았지만 한층 더 강력한 지원책을 내놓겠다는 의지도 시장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런 지원책을 차근히 추진하는 과정에서 물가 상승 압박은 완화될 수 있다. 사실 단시간에 해결해야 한다는 조급증을 버리는 자체가 고물가 시대에 갖춰야 할 덕목이라는 지적이다.
박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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