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돌아온 ‘디아블로’
“Do you guys not have phones?”(여러분 핸드폰 없나요?)
대형 게임사 일제히 전면 출근 시작
올 하반기 잇단 신작 퍼레이드 예고

이미지 크게보기 블리자드의 신작 모바일-PC 게임 ‘디아블로 이모탈’.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제공.

지옥문이 다시 열린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대표 지식재산권(IP) 중 하나인 ‘디아블로 이모탈’이 지난 1일 오후 9시부터 모바일로 출시됐다. 정식 출시는 3일 새벽에 이뤄졌으며 PC 오픈베타 버전도 같은 시점에 함께 공개됐다. 지난 2018년 11월 블리즈컨에서 블리자드의 첫 모바일게임으로 공개된 이후 늘 화제의 중심을 떠나지 않았던 타이틀이자 한때 단순한 게임을 넘어 사회현상으로까지 등극할 정도로 국내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프랜차이즈였던 만큼 한동안 대형 신작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게임시장에서의 이목도 집중되고 있다. 블리자드는 지난 25년간 수많은 플레이어가 열광했던 경험을 모바일에서도 고스란히 전달하겠다는 각오다.

초기 반응은 다소 엇갈린다. 3000만 명이 넘는 플레이어가 사전 등록에 참여하며 3대 앱마켓 인기 순위 1위를 싹쓸이, 전통의 강호가 다시 돌아왔다는 평가를 받은 가운데 PC-모바일 플랫폼 간의 ‘크로스 플레이’, 레이드 시스템, PVP 등 기존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변화를 시도해 신선하다는 호의적인 반응도 있지만, 디아블로3에 이어 잇따라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는 냉혹한 평가가 공존하는 모양새다. 디아블로 시리즈의 고유한 게임성이 공동 개발사인 중국 넷이즈를 거쳐 평범한 모바일 양산형 게임으로 변질했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평가는 다소 엇갈렸지만 오랜만에 주목을 받는 신규 게임이 나오면서 게임업계도 조금씩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다. 그간 ‘신작 가뭄’ 속에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실적을 냈던 게임업계는 이달부터 신작을 줄줄이 쏟아내며 하반기 실적 반등에 시동을 걸었다. 블리자드의 디아블로 이모탈을 시작으로 넥슨, 카카오게임즈와 위메이드, 컴투스, 넷마블까지 저마다 기대작으로 성수기 쟁탈전에 돌입한다.

국내 게임사 상당수는 지난 1분기 인건비 상승과 신작 게임 부재로 기대 이하의 실적을 거뒀다. 이에 이번 주부터 넥슨·엔씨소프트 등 주요 게임사는 재택근무를 끝내고 전 임직원이 일제히 사무실로 출근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많은 게임사가 코로나19를 거치며 재택근무 실험에 도전했지만, 게임 개발의 경우 결국 현장에서 구성원 간 이뤄지는 집중적인 소통과 협업이 게임의 퀄리티를 좌우한다”며 “하반기 각 회사가 명운을 걸고 신작을 내놓아야 하는 처지에서 대부분 전 직원의 출근 체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넥슨의 신규 대전 격투 게임 ‘DNF 듀얼’. 넥슨 제공.

넥슨은 회사 규모와 특성에 맞게 이달부터 다양한 장르의 신작을 쏟아낸다. 당장 대전 격투 게임 ‘DNF 듀얼’이 오는 28일 정식 출시를 앞뒀다. 전 세계 이용자가 8억50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글로벌 팬덤을 갖춘 넥슨의 대표작 ‘던전앤파이터’ IP를 활용한 2.5D 그래픽 기반 대전 격투 게임이다.

카카오게임즈도 오는 20일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를 한국 시장에 출시한다. 실존하는 경주마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를 육성하고 경주에서 승리하는 것을 목표로 경쟁하는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국내 서브컬처 게임 이용자들이 결집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2월 일본에서 출시한 이후 1400만 건 이상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위메이드는 대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IP ‘미르’를 기반으로 한 ‘미르M’을 오는 23일 정식 서비스한다. 오는 7월 신작 출시를 앞둔 넷마블과 컴투스도 각각 ‘세븐나이츠’, ‘서머너즈 워’ 등 전통 인기 IP 확장에 나선다. 엔씨소프트는 4분기 공개 예정인 PC·콘솔 대형 신작 ‘쓰론 앤 리버티’(TL)의 세계관을 담은 인터랙티브 소설 ‘플레이 노블’의 연재를 시작했다. TL은 엔씨소프트가 주력게임 ‘리니지’의 굴레를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성공 방정식을 쓰겠다는 각오로 지난 10년간 개발비만 1000억 원 이상을 쏟은 대작이다. 개발 단계에서부터 김택진 대표가 깊이 관여할 만큼 사내에서도 막바지 개발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컴투스의 신작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도 지난달 17일부터 사전예약과 함께 세계관을 담은 브랜드 웹툰을 선보이는 등 출시 직전 게이머들의 기대감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단계에 돌입했다.

크래프톤은 북미 개발팀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SDS)가 제작하는 서바이벌 호러 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사전 예약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오는 12월 콘솔(플레이스테이션·엑스박스) 및 PC(스팀·에픽게임즈 스토어) 게임으로 글로벌 출시될 예정이다.

이희권 기자 leehek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