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네빈 알라닥의 국내 첫 전시 간담회에 참석한 기자들이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네빈 알라닥 ‘모션 라인’ 展

다양한 문화권 작품 혼합해 작업

실제 악기처럼 연주 퍼포먼스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의 갤러리 바라캇 컨템포러리가 독특한 전시를 하고 있다. 실제로 연주가 가능한 ‘악기 조각’들을 선보이고 있는 것. 이들 악기를 연주하는 퍼포먼스도 열 예정이다. 독일 여성 작가 네빈 알라닥(50)의 ‘모션 라인(Motion Line)’ 전에서다.

전시장 1층에서 우선 만나는 것은 ‘행진곡, 바젤’이다. 모차르트의 ‘터키 행진곡’ 악보가 확대판으로 벽면에 펼쳐져 있다. 독일 바젤 역사박물관에 소장된 19세기 포탄을 녹여서 만든 설치 작품이다. 전쟁의 도구를 예술 작품으로 변용시킴으로써 시청각적 이미지를 통해 평화 메시지를 전한다. 터키 행진곡이 오스만 제국의 유럽 침공과 관련돼 있다는 역사 배경을 고려하면, 문화 패권주의에 대한 은유도 헤아릴 수 있다.

터키 출신으로 유럽에서 활약하는 알라닥은 문화의 다양성을 작품 주제로 삼아왔다. 이번 전시에 내놓은 ‘공명기’와 ‘현악기 공명기’ ‘타악기 공명기’는 여러 문화권의 오브제를 혼합한 조각들이다. 기하학적 형태로 빼어난 미감을 보여준다. ‘공명기’는 하프, 만돌린, 어쿠스틱과 베이스 기타, 디저리두, 차임 등을 결합한 작품이다. ‘현악기 공명기’는 이름 그대로 기타와 첼로 등의 현(絃)과 증폭기로 제작했고, ‘타악기 공명기’는 작은 종과 가죽, 청동을 조합해서 표면과 울림통을 만들었다. 이들 작품은 악기와 조각의 공존을 통해 소리의 변용을 탐구하고, 전시공간이 음악홀로 바뀌는 체험을 하도록 이끈다. 황진아(거문고), 김해나(전통 타악기) 등 두 연주자의 사운드 퍼포먼스가 오는 4일과 7월 2일 오후 4시 30분 두 차례 펼쳐진다.

영상 작품 ‘세션(Session)’은 3개의 채널로 사물이 만들어내는 움직임과 소리에 집중한 작품이다. 아프리카와 인도 등에서 건너온 샤르자 이민자들의 전통 악기들을 통해 정치적 난민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또 다른 영상 ‘흔적(Traces)’은 이미지와 사운드의 관계에 천착했다.

전시장 2층 벽에 설치된 ‘소셜 패브릭(Social Fabric)’과 ‘잘리(Jali)’ ‘패턴 킨십(Pattern Kinship)’ 연작은 세라믹, 알루미늄 등으로 콜라주한 작품들이다. 서로 다른 문화의 건축 양식과 문양, 동물 발자국 등을 참조해 만들었다는데, 터키에서 유럽으로 간 작가의 배경을 떠올리게 한다.

김민정 바라캇 컨템포러리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를 1년간 준비하며 무척 즐거웠다”면서 “음악, 형태, 움직임이 모두 결합된 이미지의 세계가 신선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시는 7월 24일까지. 글·사진 = 장재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