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말까지 3% 중반 인상할 듯
자본이탈·원화가치하락 등 우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앞으로 한꺼번에 0.5%포인트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빅스텝’을 두 차례 추가로 밟을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한국과 미국 간의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도 한층 커졌다는 분석이다. 현실화할 경우 국외 자본 이탈로 인한 원화 가치 급락과 수입물가 급등세를 부추길 수밖에 없어 이를 막기 위한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26일 기준금리를 1.75%로 0.25%포인트 인상함에 따라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0.50∼0.75%포인트에서 1.00∼1.25%포인트로 다시 늘었는데 유효기간이 그리 많지는 않다. 한은의 금리 인상 발표 직전 Fed가 공개한 지난 3∼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대다수 참석자는 금리 목표치의 0.5%포인트 인상이 앞으로 2번의 회의에서 적절할 것 같다고 판단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한·미 금리 격차가 앞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제롬 파월 Fed 의장도 최근 열린 행사에서 앞으로 두 차례 회의 모두 0.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방침에 대해 “광범위한 지지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만약 우리나라 기준금리에 변화가 없다고 가정하면 앞으로 미국의 두 번째 빅스텝만으로도 두 나라의 금리 격차는 근소해진다. 세 번째 빅스텝과 함께 미국의 기준금리가 오히려 더 높은 상태로 역전될 수 있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 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 수준이 따라 잡히면,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출과 급격한 원화 가치 하락이 초래된다. 이러면 원·달러 환율 급등에 따른 수입 물가 역시 폭등할 수 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미국의 경우 당초 기준금리 상단을 연말 3% 정도로 전망했는데,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 전망 등을 고려하면 3%대 중반까지 올라갈 것 같다”며 “한은도 여기에 대응해 상단을 높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간밤 뉴욕증시는 ‘자이언트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75% 인상)’ 대신 ‘빅스텝’ 방침을 확인한 FOMC 정례회의 의사록이 공개되면서 안도 랠리를 나타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170.29포인트(1.51%) 뛴 11,434.74로 장을 마감했다.

이관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