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대선 때 하지 못했던 묵념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5·18민주화운동 제42주년 기념식이 열린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국민의힘 의원들과 추모탑에 헌화 분향한 뒤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 작년 반쪽 참배와 다른 분위기

유가족들과 함께 추모탑 향해
연단서 두차례 허리숙여 인사

원고없던 “대한민국 국민 모두
광주 시민입니다” 기념사 추가

‘헌법전문수록’ 관련 언급 없어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오전 9시 51분 국립5·18 민주묘지 입구인 ‘민주의 문’을 지나 200m를 걸었다. 보수 정부 대통령이 민주의 문을 지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을 제외한 역대 대통령들은 행사장 옆 도로에 내려 50m를 걸었다.

윤 대통령은 박해숙 5·18 유족회장, 황일봉 5·18 부상자회장, 임종수 5·18 공로자회장 등 유족 및 학생들과 만나 추모탑으로 향했다. 지난해 11월 유족들의 반발로 민주묘지 추모탑에 헌화하지 못하고 묵념으로 끝낸 ‘반쪽 참배’ 때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윤 대통령은 방명록에 “오월의 정신이 우리 국민을 단결하게 하고 위기와 도전에서 우리를 지켜줄 것입니다”라고 썼다.

윤 대통령이 연단에 올라서기 전 두 차례 허리를 굽혀 인사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오월 정신이 담고 있는 자유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가 세계 속으로 널리 퍼져나가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모두가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당당하게 누릴 수 있어야 한다”며 “그 누구의 자유와 인권이 침해되는 것도 방치되어선 안 된다”고 했다.

이미지 크게보기5·18 기념사 7번 고쳐쓴 尹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을 위해 광주로 출발하기에 앞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5·18 기념사를 직접 퇴고하고 있다.(왼쪽 사진) 윤 대통령이 원고 초안에 직접 추가한 ‘자유민주주의를 피로써 지켜낸 오월의 정신은 바로 국민통합의 주춧돌입니다’라는 글이 보인다.(오른쪽) 윤 대통령은 초안을 마친 뒤로도 직접 썼다 지우기를 7차례 반복했다.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은 기념사를 직접 쓴 후 퇴고를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로 향하는 KTX 특별열차에서도 기념사를 살피며 수차례 고쳐 썼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또 이날 기념사에서 사전 배포된 원고에 없던 “자유와 정의, 그리고 진실을 사랑하는 우리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광주 시민입니다”라는 말로 기념사를 마무리했다. 이는 1963년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 동서 냉전의 상징인 베를린 시청 앞에서 “모든 자유인들은 그들이 어디에 살든지 베를린의 시민입니다. 나는 베를린 시민입니다(Ich bin ein Berliner)”라며 용기를 줬던 연설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으로 보인다.

행사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으로 막을 내렸다. 윤 대통령은 유가족과 맞잡은 손을 앞뒤로 흔들며 노래를 불렀다. 국민의힘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위해 참석 의원들에게 악보도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등을 둘러싼 논쟁거리를 뛰어넘었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미가 크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새 정부 참모들과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진영 갈등을 종식하고 국민통합에 대한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7시 30분 국민의힘 의원 99명과 함께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광주를 찾았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