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보른 노동부 장관 임명
진보진영 표심 노린 승부수인 듯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6일 신임 총리로 엘리자베트 보른(61) 노동부 장관을 임명했다. 여성이 프랑스 총리 자리에 오른 건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 재임 시절 1991년 5월부터 1992년 4월까지 내각을 책임졌던 에디트 크레송 이후 30년 만이다. 오는 6월 총선을 앞두고 진보진영 표심을 노린 마크롱 대통령의 승부수라는 평가와 함께 총선에서 패한다면 ‘한 달짜리’ 총리로 단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보른 총리는 이날 취임 연설에서 “총리 임명의 영광을 프랑스의 모든 어린 소녀에게 바친다”며 “누구도 여성을 위한 투쟁을 막을 수 없다”고 밝혔다. 보른 총리는 줄곧 좌파 성향의 사회당(PS)에서 활동하다가 2017년 마크롱 대통령의 전진하는공화국(LREM)에 합류했다. 2007년 사회당 대선 후보였던 세골렌 루아얄 전 환경부 장관 비서실장을 지냈고, 마크롱 정부에선 교통부·환경부·노동부 장관으로 일했다. 교통부 장관 시절엔 철도공사 연금 개혁을 관철했고, 노동부에선 코로나19 확산 속 실업률을 1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낮추는 등 실력과 뚝심을 모두 인정받은 인사로 꼽힌다. 로이터통신은 과거 보른 총리와 함께 일했던 한 직원의 말을 인용해 “새벽 3시까지 일하고도 아침 7시에 출근할 수 있는 일 중독자”라고 표현했다.

외신들은 마크롱 대통령이 연금개혁과 유류세 인상 등에 대한 반발로 총선 승리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지난 5일 당명을 전진하는공화국에서 르네상스(Renaissance)로 바꾼 데 이어 30년 만에 여성 총리 임명으로 활로를 뚫으려 한다고 평가했다. 특히 진보 유권자를 겨냥한 행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영국 가디언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여성 총리를 원한다는 응답이 74%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보른 총리도 진보진영 주요 의제인 기후 변화에 적극적인 대응을 약속했다. 다만, 르네상스가 총선에서 패할 땐 총리직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크다. 이원집정부제로 운영되는 프랑스는 관례상 다수당 대표가 총리를 맡는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