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해 4월 경북 김천시 어모중학교에서 체육 교사로 재직 중이던 이성남(오른쪽 첫 번째) 장학사가 매주 수요일마다 전교생 체력 증진을 위해 열리는 교내 축구 시합 경기를 마친 후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
- ‘세상에 전하는 우리 이야기’… 영천교육지원청 이성남 장학사

보육원서 21년·체육교사 20년
어느 아이와도 소통하게 만들어

종종 보호대상아동들 담임 맡아
진로상담하며 긍정 변화 이끌어

보육원 아동에 대한 인식 개선
유튜브 채널‘나행고TV’운영도
작년‘대한민국 스승’훈장 받아

“학생들이 설령 공부를 못하더라도 용기를 잃지 않고, 어떤 환경에 있더라도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지도합니다. 제가 보육원 출신이라서 사회적 배려 학생들이 느끼는 감정을 어느 정도 짐작해 볼 수 있어요. 그 친구들이 학업을 포기하거나, 교우관계에서 소외를 당하거나, 교사로부터 편견의 시선을 받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이성남(44) 경북 영천교육지원청 장학사는 2002년 임용시험에 합격해 중학교에서 20년간 체육 교사로 일했다. 그는 5세에 부모와 단절돼 보육원에서 21년을 산 보육원 출신이기도 하다. 20년 교직 생활의 연륜과 보육원 출신이라는 개인적 경험은 그를 어느 아이와도 소통하게 만든다. 전교 1등에서부터 꼴찌까지, 다문화 학생부터 탈북 학생·특수반 학생까지. 나이, 성적, 가정환경과 무관하게 학생들을 감싸 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는 “마음이 무겁고, 환경 때문에 힘든 학생들도 교사가 어떻게 이야기해주는가에 따라 용기를 내고 삶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2020년 6월 경북 김천시 어모중학교에서 이성남(오른쪽) 장학사가 학생과 줄 배트를 돌려 하는 ‘투투볼’홈런 시범을 보이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이 장학사는 보호대상아동(부모의 실직·빈곤·사망·이혼·질병 등으로 홀로 남겨진 아동)의 담임을 맡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럴 때면 보육원 출신 선배로서, 담임으로서 학생들에게 멘토를 자처한다. 2020년 어모중학교에 근무할 당시 두 명의 보호대상아동이 있었는데, 두 학생 모두 공부를 잘했지만, 의기소침했다. 이 장학사는 이들이 보육원에서 지내면서 느끼는 외로움, 부모와 같이 살지 않는 상실감이 아닌 용기를 마음에 품을 수 있도록 이들에게 학생회 활동을 적극 권했다. 또 학교에서 무차별적으로 느끼는 혐오감을 긍정적으로 이겨낼 수 있도록 진로 상담도 자주 했다. 두 학생은 차츰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변화했다.

이 장학사는 2020년 ‘나는 행복한 고아입니다’ 책을 출간하고 유튜브 ‘나행고TV’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보호대상아동, 보호종료아동의 삶을 이해할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이 환기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이들에 대한 삶을 편견 없이 정확히 볼 때, 올바른 아동 복지 정책을 세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나행고 TV 제작을 통해 보육원 아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개선과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생각을 나누는 기회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이 장학사는 사회적 배려 학생을 보듬는 일만 잘하는 것은 아니다. 학교에서 뭐든 잘하는 교사로 정평이 나 있다. 본업인 체육과 관련해선 체육수업 내실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 및 체육수업자료를 개발해 체육 교육 발전에 기여, 2017년 학교체육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7·2018년엔 국제교류사업으로 학생들을 인도네시아에 인솔해 직접 개발한 ‘투투볼’이라는 한국형 뉴스포츠를 국제교류 학교에 보급하기도 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상황에도 학생들의 미래역량을 높이고 진로 탐색 능력 향상에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아 자유학기제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지난해 스승의날엔 ‘제10회 대한민국 스승상’에 선정돼 ‘옥조근정훈장’도 수상했다.

이 장학사는 “보육원 출신으로 훈장을 받은 선생님으로 기억되고 싶다”며 “힘든 생활 속에서 많은 분의 도움으로 성장하게 됐고 그 받은 사랑을 많은 이들에게 돌려주고자 하는 노력으로 받게 된 훈장을 통해 보육원생과 어려운 환경에 있는 학생들도 이 세상에서 당당하고 떳떳하게 살아가는 데 도움을 주는 교사였다고 기억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더 잘 가르치기 위해 많은 연구를 했고, 연구 결과물을 동료교사들에게 베풀었으며, 무엇보다 아이들의 잠재능력을 일깨워주고 체육교사로서 아이들의 마음과 몸이 건강하도록 도와준 교사로 기억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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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은 교권 회복과 아동이 행복한 환경 조성을 위해 문화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기획으로 진행하는 연중캠페인입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