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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환율이 급격하게 오르고 주가가 계속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매우 불안하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달 29일 1255.90원에 마감될 정도로 올랐고, 코스피지수가 약 1년 전보다 16% 이상 빠졌다. 자칫하면 금융시장은 더욱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렇게 금융시장이 불안해진 가장 중요한 요인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이다. Fed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미 달러화 가치가 오르고 원화 가치가 떨어졌다. 원화 가치가 하락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가자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의 봉쇄 조치 등 외부 충격이 발생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해 환율이 폭등하는 것이다.

환율이 상승하면 기업들의 대외채무 부담이 커진다. 지난해 말 국내 비금융기업의 대외채무액이 1430억 달러가 넘었다. 이렇게 환율이 급격하게 오르면 원화로 환산한 외화차입금의 이자 비용과 원금 상환 부담이 눈덩이처럼 늘어난다. 그러면 기업의 이윤이 줄어들고 투자가 줄어 경제가 더욱 침체될 수 있다. 게다가 급격한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를 올려 지금 겪고 있는 인플레이션 문제를 더욱더 악화시킬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런 식으로 급격하게 환율이 상승하게 되면 외국자본이 급격하게 이탈해 금융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우리의 외환보유액은 4578억 달러다. 한편, 외국인 투자금액은 약 5600억 달러로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보다 더 많다. 만약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간다면 1997년과 같은 외환위기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할 것은 분명하다. 금리 인상은 어느 정도 환율 상승 억제 효과를 갖는다. 그러나 한은은 딜레마에 빠져 있을 것이다. 미국의 Fed가 공격적으로 금리를 크게 인상할 경우 한은이 그에 맞춰 같이 크게 인상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그러지 않아야 하는지. 기준금리를 크게 올리면 가계부채의 부담이 커져 부실대출이 늘어나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 만약 Fed에 맞춰 금리를 올리지 않는다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로 역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는 국면을 맞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은 Fed에 맞춰 금리를 올리는 게 옳다. 가계부채 문제는 다른 측면에서 풀어야 한다. 사실 이는 한은의 영역이 아니다. 정부가 할 일이다. 정부는 한계가계들의 부채를 조정해 부채를 일시적으로 유예하거나 감면해 가계부채 파산에 따른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줄이는 한편, 가계의 부채 상환 능력을 높이는 조치를 해야 한다. 가계의 부채 상환 능력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자리를 통한 소득 증가다.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도록 해야 한다.

원화 가치 안정은 한은의 첫 번째 책무다. Fed가 금리를 올릴 때 한은이 따라서 올려야 원화 가치가 안정된다. 금리 인상 외에 해야 할 일은, 지난해 말에 종료된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를 하루빨리 재개하는 것이다.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미국과의 통화스와프가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음을 상기해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