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북한산 등산을 갔다가 충격적인 모습을 봤다. 등산로 바로 옆에서 들고양이가 조그만 구멍 속에 있는 다람쥐를 잡아 물고 달아나는 모습이었다. 고양이가 다람쥐를 잡는 모습은 처음 봤다. 그동안 국립공원 측에서 들고양이나 들개에게 사료나 음식물을 주지 말라는 현수막을 설치하기는 했으나 현수막은 무슨 일인지 금방 사라진다.

북한산 백운대에는 1990년대 초만 해도 항상 다람쥐들이 등산객들을 맞곤 했는데 어느 날 누군가 고양이 한 마리를 버리고 간 이후 그 고양이가 새끼를 낳아 지금은 수십 마리의 들고양이 군집을 이루고 있으며, 북한산이 도시에서 가까워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이젠 등산로 입구는 물론이고 북한산 전역에 퍼져 있다. 반면 언제부터인가 백운대에서 다람쥐는 자취를 감췄다. 주말이면 거의 빠지지 않고 백운대를 가보지만 다람쥐를 1년에 한 번도 보지를 못한다. 그 이유로 고양이가 백운대에 진을 치고 있고 아마 이 고양이들이 다람쥐를 다 잡아먹어 없어졌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국립공원에서는 이제 들고양이나 들개들에게 사료나 음식을 주는 행위를 엄격하게 금하고 범칙금도 흡연자 수준으로 부과해 생태계를 살리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요즘은 고양이 사료를 담아주는 그릇도 버젓이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사료나 음식물을 주지 말라고 하면 동물을 사랑하는데 왜 문제가 되냐며 도로 화를 내기에 일반인들은 제지하지도 못한다. 전국의 국립공원에 다람쥐가 사라질 위기에 이른 지금 국립공원에서는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심진만·경기 고양시 덕양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