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이 1996년 2월 민간 항공기를 격추한 쿠바 전투기 조종사의 무용담 자랑을 “용맹함이 아니라 비겁함”이라고 비판하면서 ‘파랑새’ 브로치를 거꾸로 단 채 유엔에서 연설하고 있다. 미 국무부 제공

美 최초 여성 국무장관 장례식

오바마·클린턴·힐러리 등 참석
“그의 이야기는 미국의 이야기”

‘브로치 외교’에 쓴 200여 개
국무부 박물관 영구전시 계획

“매들린 올브라이트는 20∼21세기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자유의 챔피언이었습니다.” 미국 최초의 여성 국무장관을 지낸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장관이 27일(현지시간) 영면에 들었다. 이날 워싱턴DC 국립 대성당에서 열린 장례식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정관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켰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떠났지만, 그의 ‘브로치 외교’는 국무부 내 박물관에 영원히 남을 예정이다.

이날 오전 엄수된 올브라이트 전 장관의 장례식에는 바이든 대통령, 빌 클린턴·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 1400여 명이 참석했다. 추도사를 전한 바이든 대통령은 그를 ‘챔피언’이라 칭하며 “선함과 품격, 지성으로 역사의 흐름을 바꿨다”고 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는 미국을 ‘없어서는 안 될(indispensable) 국가’라고 부르는 것을 좋아했다”고 고인을 회고하며, “오만이 아닌 이 나라가 그녀에게 가능하게 해준 모든 것에 대한 감사였고, 오직 미국만이 세계의 문을 열 수 있다는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믿음의 증거였다”고 강조했다. “그녀의 이야기는 미국의 이야기였다”고도 덧붙였다.

이미지 크게보기 올브라이트 전 장관이 이라크 언론의 평가에 항의하는 의미로 착용했던 뱀 모양 브로치. 국립 미국외교박물관

이미지 크게보기 올브라이트 전 장관이 1997년 1월 취임식에서 착용한, 미국을 상징하는 ‘독수리’ 모양의 브로치. 미 국무부 제공

올브라이트 전 장관의 빈자리는 그의 ‘브로치 외교’가 대신하게 됐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올브라이트 전 장관이 생전에 즐겨 착용한 200여 개의 브로치는 오는 2024년부터 국무부 내 국립 미국외교박물관에 영구 전시될 계획이다. ‘브로치 외교’는 몇 마디 말보다 브로치라는 단 하나의 상징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을 좋아했던 그의 외교 방식을 일컫는다.

가장 유명한 것은 ‘뱀 브로치’다. 이라크 언론이 그를 가리켜 ‘사악한 뱀 같다’고 비판하자, 이에 항의하는 의미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뱀 모양 브로치를 달고 나온 것. 탄도탄요격미사일(ABM) 제한 협상을 위해 이고리 이바노프 당시 러시아 외교장관을 만나는 자리에는 미사일 모양의 브로치를 착용하기도 했다. 이바노프 전 장관이 “당신의 미사일 요격기냐”라고 묻자, 그는 “맞다. 우리는 매우 작게 만든다”며 “이제 협상하자”라고 치고 나갔다고 한다. WP는 “브로치가 (외교 현장에서) 아이스 브레이킹 역할을 하기도 했다”고 평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