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피해자 유인한 일당에 최고 징역 20년
“이벤트 선물 숨겨 놨다”며 외진 곳으로 피해자 유인
일당 내에서도 대상 지목해 범행 시도하기도

광주=정우천 기자

보험금을 노리고 피해자를 유인, 살해하려 한 20대 남녀 일당 4명이 1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범행을 주도한 1명에게는 징역 20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이들은 심지어 같은 일당 내에서도 대상을 골라 보험금을 노린 범행을 시도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 박현수)는 27일 살인미수, 살인예비 혐의로 기소된 유모(21) 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5년간 보호관찰 명령을 내렸다. 또 공범 박모(21) 씨에게는 징역 15년, 임모(21) 씨에게는 징역 5년, 강모(여·21) 씨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이 각각 선고됐다.

재판부는 “유 씨 등은 외제차 구입으로 발생한 채무 변제, 생활비 마련 등을 위해 중대한 범죄를 계획했다”며 “3차례나 대상을 바꾸면서까지 범행 의지를 보였고 혼인신고, 범행 발각을 대비한 거짓 알리바이 준비 등 죄질이 매우 나빠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유 씨가 범행을 주도했고 박 씨도 보험 계약 체결 등을 했다”며 “각 피해자의 가담 정도, 초범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0월 9일 전남 화순군 한 펜션으로 피해자 A(여·20) 씨를 유인해 흉기로 살해하려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유 씨가 계획을 세우고 박 씨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피해자에게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A 씨에게 교제 50일을 기념해 펜션으로 여행을 가자고 제안하고, “이벤트로 선물을 숨겨놨으니 찾아오라”며 A 씨를 외진 곳으로 유인했다고 한다. 이후 범행 장소에 숨어 있던 유 씨가 흉기로 범행을 시도했지만, 흉기가 부러지면서 A 씨가 화를 면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씨의 경우 차량 운전 역할을 맡았지만 차량이 고장 나 현장에 오지는 못했다. 또 박 씨는 범행에 앞서 A 씨 명의로 생명보험에 가입하고 수령인을 자신으로 지정해뒀다.

이들은 과거부터 교통사고 보험사기를 벌이고, 여러 차례 보험금을 노린 살인을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위험을 눈치챈 피해자들이 잠적하면서 실제로 범행에 이르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 4∼5월에는 고교 동창이자 보험사기를 함께했던 B(21) 씨를 범행 대상으로 삼고 강 씨와 혼인신고를 한 후 상해보험에 가입하게 했다. 이후 B 씨에게 “등산하다가 굴렀다고 하고 보험금을 받아 나누자. 사촌 형이 의사인데 최대한 안 다치게 하고 진단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고 회유한 뒤 순천의 야산을 답사하기도 했으나 B 씨가 잠적해 범행하지 못했다고 한다.

또 범행이 실패하자 지난해 6월에는 공범이던 강 씨를 노리고 실족사로 위장할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일당 중 임 씨가 강 씨와 연인인 것처럼 위장하고 두 사람 모두 사망보험에 가입해 나눠 갖자고 속였으나, 혼인신고 직전 강 씨가 계획을 눈치채면서 범행은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