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검수완박’문제점 지적하는 대검찰청 이근수(왼쪽 네 번째)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 기자실에서 형사재판·안보수사 등의 분야에서 발생하는 ‘검수완박’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 곽성호 기자

부장검사들 ‘철야토론’서 비판
박범계 “민주당도 보완 움직임”

검찰 중간 간부 회의체인 전국부장검사대표회의가 20일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강행을 위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형배 의원을 탈당시킨 것을 놓고 “헌법 및 국회법 잠탈행위” “다수당의 제도 형해화” 등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김오수 검찰총장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며 국민이 평가할 문제”라면서 민주당의 입법 강행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검찰은 고검장, 지검장, 부장검사, 평검사 등 전국단위 회의를 잇달아 개최하며 검수완박 입법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여론전을 강화하고 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국 40개 검찰청 소속 부장검사 대표 69명은 전날 오후 7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모여 9시간 동안 검수완박 입법 저지를 위한 난상토론을 벌였다. 이날 새벽까지 진행된 철야 토론에선 검찰개혁 강경파인 민 의원이 전날 민주당을 ‘위장 탈당’해 국회 안건조정위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자 검사들이 크게 동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부장검사는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헌법과 국회법상 입법절차를 잠탈하는 시도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고 했다. 부장검사대표회의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민주당은 청문회, 공청회 등 (법안에 대한) 숙의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고 있다”며 “다수의 일방적 입법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마련된 국회 안건조정제도를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형해화하고 있는 점이 심히 우려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표 수리를 반려한 김 총장에게 사퇴 강행을 촉구하는 지적도 나왔다. 부장검사들은 “형사사법 체계 붕괴를 막기 위해 다시 한 번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달라”고 했다. 일각에선 부장검사 총사퇴를 의결하자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집단행동 등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공식 안건으로 채택되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과 법조계 전반에선 검수완박 입법 저지를 위한 ‘릴레이 회의’가 이어졌다. 아울러 진보 성향의 참여연대는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16쪽 분량의 의견서를 보내 민주당의 일방적인 검수완박 추진을 비판했으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경찰 통제 장치 마련 등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의견서 발표를 추진하고 있다. 한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후 3시 법무부에서 전국 고검장 6명과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라며 검수완박 법안 수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지금 민주당에서도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의 대원칙 하에(검수완박 법안) 보완 필요성 그리고 대안 마련의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김 총장은 이날 오후 박병석 국회의장을 만나 검수완박 법안 중재를 요청할 예정이다.

김규태·염유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