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 관련법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가장 큰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5월 9일 밤 12시) 내에 ‘대못’을 박겠다는 의지 때문이다.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 임기가 시작되면 법률안 재의 요구(거부권)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 임기는 이제 3주일 남았다. 형사사법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법안이고 이미 수많은 문제점도 드러났다. 그런데 민주당은 법안에 문제와 허점이 아무리 많아도 문 대통령이 그대로 공포해 줄 것으로 믿는 것이다. 이미 문 정부 마지막 국무회의(5월 3일) 통과 및 공포 일정을 제시했고, 민주당 한 법사위원은 17일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라고 못 박았다.

문 대통령은, 헌법 수호 의지가 다소라도 있다면 분명한 입장을 밝힘으로써 임기 막판의 법치 혼란을 막아야 한다. ‘국회의 시간’ 운운하며 방치하는 것은 정치적 공범이나 방조범을 자인하는 것과 다름없다. 지금은 ‘국회의 시간’이 아니라 ‘대통령의 시간’이다. 문 대통령은 김오수 검찰총장의 면담 요구조차 거부했고, 김 총장은 17일 사표를 제출했다. 김 총장은 대표적 친(親)문재인 정권 인사로 알려진 인물이다. 특히 김 총장은 법무부 차관 시절 문 대통령과 검·경 수사권 조정을 협의했던 당사자인 만큼 일부러 불러서라도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다. 18일엔 전국 고검장 회의에 이어 19일 전국 평검사 대표들도 대책 모임을 갖는다. 이런 검찰 기류만으로도 정부 수반을 겸한 대통령으로서 즉각 입장을 밝히고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

민주당이 대선 패배 이후 이런 폭주에 나선 것은, 문 대통령과 이재명 상임고문 등에 대한 수사 저지 의도와 무관치 않음을 내부에서조차 인정한다. 지난해 2월 국회에서 검수완박 입법이 논의될 때 유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문 대통령께서 속도 조절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국가와 국민 앞에 더 이상의 죄를 짓지 않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