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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없는/ 널 뭐라 불러야 할까// 어울리고 좋은 것/ 앞으로 나아가고 날거나 나아가고/ 앞으로 어떻게 되든 후회 없이 후회해도 어떻게든// 희망 무력/ 어차피 반복되는 것들이니/ 말해 줘/ 그래? 어 알았어 그랬구나 아아// 여기서 더 멀어질 거야 가슴이 아프고 머물고 싶지만 더 멀어질 거야/ 그 목소리 좋아서 되새긴다’

-권민경 ‘불꽃축제’(시집 ‘꿈을 꾸지 않기로 했고 그렇게 되었다’)

꽃들이 팡팡 터지고 있는 요즘이다. 주로 목련이며 벚꽃이고, 개나리는 알아보지 못하기가 어렵다. 자꾸 돌아보게 되고, 생전 처음 보는 듯이 감탄하게 된다. 꽃 아래는 사람들이 있다. 다들 스마트폰을 들고서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아슬아슬하게 지나가 버릴 한 시절을 기억하는 이 시대의 방식이다. 보기 좋다. 한편 애틋하다. 봄.

봄이 어디 목련 벚꽃 개나리만의 계절일까. 꽃집 앞엔 각양각색의 꽃들이 진을 치고 있다.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걸음을 멈춘다. 가게 안은 바쁘다. 신문에 둘둘 말아 가는 사람도 있고, 근사한 포장을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 나는 꽃들의 이름을 불러 본다. 저 노란 것은 프리지어다. 화분에 담긴 것은 영산홍이구나. 실은 아는 이름이 거의 없다. 예전 어떤 야유회에서, 내게 들꽃과 풀 이름을 물어보는 사람이 있었다. 시인이니까 그런 것쯤 잘 알 거라고 기대했던 모양이다. 잘 모른다고 고백했더니 어찌나 실망하던지. 피식 웃음이 나는 기억이다.

올봄엔 꽃들이 더 화사해 보인다. 날씨가 좋은 탓도 있을 것이며, 비가 적은 것도 한 이유이겠지만, 지난 2년간의 유행병 시대가 끝나간다는 기대, 부자연스러운 거리두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쁨이 큰 몫을 하는 것 같아 보인다. 일단 내가 그렇다. 새 옷, 새 신발을 얻은 것처럼 가볍고 즐겁다. 올봄엔 근처 야산에라도 다녀와 봐야겠다 싶다.

시인·서점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