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형 성범죄 은폐 방지 3개법
법무부 반대에도 정면돌파 시사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4일 이른바 ‘박원순·오거돈 방지법’(권력형 성범죄 은폐 방지 3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이라며 국회를 설득해 관철시키겠다고 밝혔다. 법무부가 해당 법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지만 정면돌파 방침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차승훈 인수위 부대변인은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실 브리핑에서 “인수위는 국회 계류 중인 권력형 성범죄 은폐 방지 3법이 당선인 공약인 만큼 국회를 설득하는 등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차 부대변인은 “법무부는 지난달 29일 업무보고에서 권력형 성범죄 은폐 방지 3법 추진이 곤란하다는 검토를 인수위에 제출했다”며 “보호감독자에게 가해지는 권력형 성범죄 사건은 범죄가 발생해도 조직적으로 은폐·축소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데도 법무부는 더 중한 범죄나 유사 범죄의 피해자 보호와 차등을 두는 것의 적절성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해 1월 권력형 성범죄 은폐 방지 3법을 발의했다. 성범죄 피해를 폭로한 피해자가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지 않도록 하는 내용 등이 해당 법안에 담겼다. 그러나 법무부는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형법에 위법성 조각 사유가 명문화돼 있어 피해자 보호가 가능하다”며 추가 입법이 불필요하다는 취지로 인수위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인수위 안팎에선 “더불어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의 권력형 성범죄 이슈가 재부상하는 것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막으려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인수위의 입장은 법무부의 반대에도 해당 법안 입법을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수사지휘권 폐지를 둘러싸고 한 차례 불거졌던 인수위와 법무부의 갈등이 해당 법안 입법을 계기로 또다시 확전 양상으로 번질지 주목된다. 한편 법무부는 윤 당선인이 ‘권력형 성범죄 조사 및 피해자 구제 특별 기구’를 설치하겠다고 한 데 대해서는 찬성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