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투입으로 연명해온 대우조선해양에까지 ‘알박기’ 인사 의혹이 불거진 것은, 현 집권세력의 타락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최상의 조건으로 새 주인을 찾아 국민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려 노력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도리임에도, 그런 역량과는 동떨어진 ‘문 대통령 동생의 대학 동기’를 사장에 선임했기 때문이다. 임기 막판 자리 챙기기가 부실기업까지 뻗쳤다는 오해도 자초했다. 4조 원대 공적자금 투입으로 55.75%의 지분을 가진 KDB산업은행의 죄책이 무겁다. 새 정부 출범이 코앞인데, 인수위 측의 보류 요청도 묵살됐다.

대우조선해양은 수조 원의 적자를 분식회계로 감춰오다 발각된 적이 있으며, 그런 와중에 수천억 원대의 성과급 등을 나눠 먹었다. 지난 28일의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는 화룡점정이었다. 문 대통령의 동생 문재익 씨와 한국해양대 동기생인 박두선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기존 임원은 그간의 부실에 책임져야 할 위치에 있다. 그런데 박 사장은, 상무였던 2018년 문 대통령의 옥포조선소 방문 때 직접 의전을 맡았다. 두 달 뒤 전무로 승진했으며, 2019년에는 통상 고참 부사장이 맡는다는 조선소장으로 옮겼다. 그리고 사장까지 ‘벼락 승진’했다. 대우조선 정상화를 위해서는 경영과 인수·합병 등의 경험이 매우 중요한데, 박 사장의 경력은 이와 거리가 있다.

산은은 “대표이사 선임 절차에 관여하긴 어렵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설득력이 없다. 이동걸 총재는 이해찬 저서 출간 축하연에서 “가자 (민주당 집권) 20년” 건배사를 하는 등 코드 인사로 정평이 나 있다. 이러니 정권과 산업은행과 한통속으로 자리 나눠 먹기를 했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갖는다. 대우조선 정상화를 위해서는 새 정부와의 협력이 중요함을 고려하면,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등의 혐의까지 짚인다. 반드시 규명해 책임을 물어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