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5년간 무려 415조 원의 빚을 늘리면서 흥청망청 예산 파티를 벌이다가 차기 정부에 긴축 재정을 요구한 문재인 정부가 이번에는 ‘전기료 폭탄’까지 떠넘기고 나섰다. 임기 종료를 40일 앞둔 막판 몰염치가 가관이다. 한국전력공사는 29일 “4월분부터 6월분 연료비 조정단가는 kWh당 0원을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전년 평균연료비인 기준 연료비와 기후환경요금은 각각 4.9원과 2.0원씩 올린다고 했다. 한전이 애초 계산한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는 kWh당 33.8원이었다. 이것을 문 정부가 통째로 거부한 것이다. 1년 실적 연료비 인상 상한선인 5.0원씩 7년간 올려야 갚을 수 있는 부담이 차기 정권에 넘겨진 셈이다. 유가 상승으로 인한 추가 상승분까지 겹칠 경우, 3분기(7∼9월)부터 전기료 급등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인플레이션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의 생활 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배경 설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진짜 이유를 찾아 들어가면 문 정부가 집권 내내 전기료를 비롯한 에너지정책을 정치의 제물로 삼아온 데서 출발한다. 이번에도 6월 1일 실시되는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지 않으냐는 의문도 나온다. 특히, 연료비 연동제는 문 정부가 2020년에 도입한 제도다. 그래 놓고 스스로 지키지 않았다. 그 결과 한전의 적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중이다.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인 5조8601억 원의 영업적자를 내 문 정부 출범 첫해 109조 원이었던 부채는 지난해 말 146조 원으로 늘어났다. 올해 영업적자는 20조 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탈원전 기조 아래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서두른 것도 더 큰 전기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발전 단가가 싼 원전을 거부한 채 태양광 및 풍력 생산 전력을 비싼 값으로 사줘야 했기 때문이다. 기존 원전의 이용률마저 선진국 평균보다 훨씬 낮은 70%로 맞추는 바람에 단가가 비싼 천연가스 비중을 늘려야 했다. 한전공대(한국에너지공대) 역시 공기업을 정치적 제물로 삼은 전형적 예다. 모두가 결국 국민 부담이다. 퇴임 정부가 국민을 대상으로 ‘먹튀’를 한 것과 다름없다. 정치적·사법적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