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병연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초대 원장이 지난 7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우석경제관 접견실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학자로서의 양심을 걸고 우리나라의 생존이 걸린 문제에 대해 확실히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곽성호 기자

■ 파워인터뷰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초대 원장을 맡은 김병연 경제학부 교수는 정통 경제학자 중 북한 경제를 깊이 있게 연구한 전문가로 꼽힌다. 이행경제학을 전공한 만큼 현 체제 분석과 함께 경제사, 역사, 객관적 경제 수치를 통한 분석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북한 경제를 전공하게 된 계기는 ‘운동권 세대’와 연관이 있다. 김 원장이 대학생활을 시작했던 1981년은 전두환 정권과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던 시기였다. 대학생들은 자본주의에 대한 반발로 사회주의에 대한 필요성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김 원장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가운데 방향을 선택하려면 우선 사회주의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했다”고 말했다.

사회주의 공부는 대개 운동권 투신으로 흐르고는 했지만 김 원장은 “카를 마르크스가 인간 본성을 잘못 해석했다”고 생각하게 됐다. 반면 인간의 자기 이익 추구를 본능으로 본 애덤 스미스의 자본주의는 “어떻게 공공의 선을 달성할 것인가”로 귀결됐다고 판단했다. 김 원장은 사회주의 사상의 논쟁이 폐쇄적이었던 점도 비판했다. “논쟁이 생기면 객관적 데이터가 아니라 마르크스의 주장을 따르면서 종료되는 식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한 김 원장은 “그것은 또 하나의 신앙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더 공부하기 위해 유학길을 떠났다. 1990년대 영국 옥스퍼드대 유학 당시 러시아 정부기관과 연구소, 대학을 수없이 드나들며 자료를 수집하고 체계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응용계량, 거시경제도 심도 있게 연구했다. 김 원장이 한국연구재단 우수학자지원사업 연구비 지원을 받아 7년의 연구 끝에 2017년 9월 영국 케임브리지대 출판사에서 펴낸 ‘Unveiling the North Korean Economy(북한 경제의 베일을 벗기다)’라는 영문 저서는 북한 경제 현실을 체계적으로 보여주는 깊이와 통찰력을 담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3만 명의 탈북자 중 2000명 이상을 인터뷰하고, 2011년부터 북한과 거래하는 180여 개 중국 기업을 조사해 펴낸 책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책에 대해 ‘희귀한 자료를 학문적 엄격성으로 분석한, 북한을 다루는 정책 결정자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고 평가했다.

통일 준비와 관련, 김 원장은 “북한 경제를 본격 연구하는 사람이 국내에 10명이 채 안 된다”며 “많은 이의 연구를 바탕으로 정책이 나와야 하는데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김 원장처럼 북한 경제를 연구하면서 국내 경제학과 정교수로 재직하는 이는 극소수다.

정선형 기자 linea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