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병종, 화홍산수, 혼합재료에 먹과채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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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종의 시화기행 - 피렌체 두오모 성당, 기적의 천장화 (上)

보이는 것, 들리는 것 모두다
결국 신성으로 귀결되는 도시
관광=순례…일종의 종교행위
두오모 성당은 신성의 발화점

압도적인 장엄함·아름다움에
무분별한 열정의 헛됨 깨닫고
영적 단계로의 비상 맛보게 돼

피렌체 산타 마리아노 벨라역.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꽃이라고 불리는 도시는 지금 물속에 있다. 인구 삼십여만 명의 이곳을 오죽하면 세상은 꽃의 도시, 꽃피는 도시라고 부르며 사람에게 하듯 연모의 마음들을 보냈을까. 이는 아름다움으로 영원에 다가가려는 그 지극함과 인내에 대한 예찬이기도 할 것이다.

산타 엘리사베타에 있는 브루넬레스키 호텔에 숙소를 정한다. 꽃의 봉오리에 해당하는 두오모 대성당의 돔을 설계한 건축가의 이름을 그대로 쓰고 있는 호텔이다. 아닌 게 아니라 호텔은 그가 직접 설계라도 한 듯 낭하가 길고 복잡하다. 층계를 오르내리며 이어진다. 나비넥타이에 기름이 자르르해 보이는 검은색 정장을 한 호텔의 매니저가 프런트 쪽으로부터 성큼성큼 걸어 나오며 환한 얼굴로 맞아준다. 마치 시향의 지휘자쯤으로 보이는 풍모를 지녔다. 누군가의 글에서 보았다. 이탈리아 남자들은 나이가 들수록 멋있어지고 그 정점은 77세쯤이라고. 그리고 그 나이에 이르면 세상 누구에게나 있고 이탈리아 남자에게도 있는 어두운 면이 더 이상 결점이 되지 않을뿐더러 때로는 드러날수록 매력이 되기도 한다고. 60대쯤의 총지배인인 듯싶은 남자는 나를 이끌고 길고 긴 낭하를 좌로 우로 꺾으며 영어로 끊임없이 설명해준다. 설명은 예약한 방인, 클래식 룸 앞에 이르기까지도 계속된다. 아무개 아무개 같은 유명한 인물들이 머물렀고 오늘은 당신이 여기 있다고, 뻔한 데다 좀 느끼하기까지 한 이 정도 멘트에도 여행자의 마음은 좀 출렁인다. 룸은 아닌 게 아니라 그가 좀 전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을 만큼 충분히 고풍스럽고 우아하다. 다만 첫눈에 딱 한 가지 못마땅한 것은 침대 모서리의 날카로운 금속 장신구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부딪혀 멍이 들기 십상이다.(실제로 머무르고 있는 동안 두 번이나 부딪히고 말았다)

따뜻한 물로 샤워하며 전신에 물의 온도로 행복감 같은 것이 퍼져나간다. 흔히 이탈리아 남자들은 뜨거운 물로 샤워하며 아리아를 부른다는데 그 심정을 알 것 같았다. 우산을 펼쳐 들고 밖으로 나오니 포도의 검은 돌들은 번질거리며 더 검고 오래된 대리석 건물들 또한 순백으로 피어오른다. 골목길에서 창 쪽으로 화덕에서 막 피자를 꺼내던 남자가 내 쪽을 향해 환한 웃음을 보내온다. 문득 햇빛이 너무 오래 구름을 가린다고 불평한(즉 너무 날씨가 화창하다고) 죄를 고백했다는 한 사제의 이야기가 스친다. 문을 밀고 들어가 막 구워낸 마르게리타 피자를 시키는데 뎅겅뎅겅 종소리. 두오모 대성당 쪽으로부터 나는 것 같다. 나는 이 좋은 피렌체 여행에 대해, 막 구운 피자에 대해 그리고 어제의 햇빛과 오늘의 비에 대해 짧은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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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이탈리아가 그렇지만 이 도시는 가톨릭의 바다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눈에 보이는 것, 들리는 것 모두가 그 궁극이 그 신성(神性)에 닿아있다. 그리고 그 견고한 종교의 역사를 한층 강화하고 옹호하는 두 가지 장치가 바로 건축과 미술이다. 죄도 은혜도 모두 눈으로부터 오는 것. 그 우아함과 장엄함에 대한 탄성은 신에 대한 경외로 이어진다. 그래서 종종 이 도시는 관광이 곧 순례이며 일종의 종교적 행위처럼 된다. 비록 관광객이지만 함께 앉아 있다 보면, 예배나 미사가 타성 무심함과 권태가 아닌 내면으로부터 조용히 타오르는 불길을 바라보는 시간이 되곤 한다. 이 도시의 매력, 혹은 마력이라 할 만하다. 그런 면에서 교황청은 로마에 있지만 그 정신은 피렌체에서 더 타오르고 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 신성의 발화점이 바로 두오모 대성당이고 그 중심에 두오모의 돔이 있으며 그 돔 안에 기적의 천장화가 있다. 바라보노라면 저절로 우리 안에서 잃거나 퇴색해버린 위대성에 대한 자각이 일어나게 된다. 그리고 그 위대성에 대한 자각은 종종 신적 창조와 연결된다. 그렇게 함으로써 세상을 향한 온갖 무분별한 열정이 비루함에 가까운 것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헛된 욕망들 또한 정중하게 내려놓으며 사양하게 되는 것이다. 저 불가사의한 성당의 돔과 그 안의 그림을 바라보면서 그 영성 또한 고양되는 것이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장구한 세월 눈물겨운 분투로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피렌체 두오모 대성당의 원래 이름), 즉 꽃의 성모마리아 성당은 지어졌던 것이다.

어떤 잘 써진 경전이라 한들 한눈에 압도해오는 저 같은 장엄과 아름다움에 필적할 수 있겠는가. 깎아지른 것 같은 내부의 비좁은 돌계단을 하염없이 돌고 돌아서 만나게 되는 돔과 그 광대한 천국의 상상도를 보는 순간 누구라도 거의 두 가지 의식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싶다. 내려놓음과 비상. 내려놓는다는 것은 자기 포기이고 비상한다는 것은 높은 수준의 영적 단계로 순간이동을 하는 일이다. 어쩌면 그 하강과 비상을 맛보기 위해 사람들은 굳이 머나먼 길을 마다치 않고 이곳을 찾아오는 것이 아닐까. 화가

가천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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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루넬레스키는 누구

‘성당 중앙에 얹은 돔’ 16년만에 성공, 최고 건축가 등극… 메디치 가문 예배당 등도 지어

피렌체의 상징이 된 두오모 성당의 건축은 1287년경 ‘꽃의 성모마리아 성당’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되었다. 하지만 성당의 1차 공사가 끝난 것은 거의 한 세기가 지난 1380년이었고 여기에 돔을 얹는 공사가 지연되면서 다시 40여 년이 흘러갔다.

중앙에 돔을 얹는 것은 당시의 기술력으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던 일이었다. 그러다 1417년 설계안의 공모에 당선되었던 조각가 브루넬레스키는 건축 내부에 나무틀을 세우지 않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했고 수많은 난관(심지어 공사 중에 당국에 의해 체포되기도 하는 등)을 이겨내고 16년의 세월에 걸쳐 완성하게 된다.

무명의 조각가였던 그는 이 일의 성공으로 피렌체 최고의 건축가로 등극하면서 메디치 가문의 예배당인 산 로렌초 성당과 아르노강 남쪽의 산토 스피리토 성당, 산타 크로체 성당의 파치 예배당 등을 지었다. 둥근 쿠폴라 돔 안의 거대한 그림은 ‘그리스도와 최후의 심판’을 내용으로 한 것으로 조르조 바사리와 페데리코 추카리가 중심이 되어 완성되었다.

브루넬레스키는 로마 판테온이 내부 꼭대기 채광창으로부터 빛이 쏟아지는 데 착안하여 두오모 성당에도 둥근 쿠폴라 중앙에 원형 창의 전망대 공간을 뚫어 역시 내부로 빛이 쏟아지도록 하였으며 그 빛으로 인해 구원과 은총의 메시지를 전하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