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러시아 반대로 물거품

한·미 등 11개국 공동성명
“도발 악화속 안보리는 침묵”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최근 탄도미사일 도발과 관련, 언론성명을 추진했지만 중국·러시아의 반대로 무산됐다. 유엔 안보리가 위성 발사를 핑계로 탄도미사일 도발에 나서는 북한의 행동을 제어하지 못하면서 추가 도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안보리는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한의 최근 미사일 발사에 관한 비공개회의를 가졌지만 언론성명 채택에 실패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11개국 공동성명을 통해 “우리는 계속 북한과 진지하고 지속적인 외교를 추구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면서도 “북한이 불안정 행위의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안보리는 계속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도 이날 공동성명에 참여했다. 또 “(북한의) 위험한 불법 행위를 한목소리로 규탄해달라”며 “모든 회원국이 북한에 관한 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올해 9차례에 걸친 미사일 도발을 벌였고, 미사일 사거리를 더 늘리는 등 수위도 높이고 있지만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응은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미진하다.

중국은 지난 4일 안보리 비공개회의 당시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에 관한 성명 초안을 본국에 보냈다고 밝히며 찬성 여지를 내비쳤으나, 결국 동조하지 않았다.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중·러의 보호를 받기 위해 ‘위성 개발’로 포장해 미사일 도발을 벌이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의 안보리 이사국들과의 갈등 속에 북한의 도발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북한이 중·러의 비호 속에 오는 4월 15일 김일성 생일을 전후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도발을 벌여 미국이 설정한 ‘레드라인(경고선)’을 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비판하며 외교적 해법을 재차 강조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불필요한 도발’로 규정하며 “우리는 북한이 이 미사일 발사와 도발을 중단하고 (미국과) 마주 앉을 의향이 있다는 신호를 보내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호주는 대량파괴무기(WMD) 개발에 연루된 북한 무역회사 부흥무역에 독자제재를 부과했으며, 북한의 제재 위반이나 회피를 도운 중국 단둥리치어스무역과 러시아 항만회사 프로피넷에 대해서도 독자제재를 가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