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대법관 기자회견 배경

‘더이상 묵과할 수 없다’ 판단

조재연 대법관이 현직으로 헌정 사상 처음 기자회견을 열기로 결정한 배경에는 2주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자신이 대장동 특혜 의혹의 ‘그분’이라며 여야 간 정치적 공방의 중심에 선 부담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본인이 완강히 특혜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고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당을 중심으로 실명까지 언급하며 공세를 이어가면서 더는 묵과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기자회견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조 대법관은 23일 오후 2시 기자회견을 갖고 ‘대장동 특혜·로비 의혹’의 녹취록에 자신이 언급된 것과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밝힌다. 조 대법관이 대장동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은 이번이 두 번째로 지난해 10월 외교관과 결혼한 조 대법관의 딸이 국내에 머물 때 사용할 거처를 김만배 씨가 마련해줬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어 지난해 2월 4일 녹음된 김만배 씨와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에서 ‘그분’으로 최근 한국일보가 보도하면서 김 씨가 50억 원 상당의 빌라를 제공하기로 한 당사자로 언급돼 논란이 재점화됐다.

첫 보도 당시는 실명이 언급되지 않았지만, 이후 야당 정치인들이 SNS를 통해 조 대법관의 실명을 밝혔고, 조 대법관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앞서 김 씨 측도 “조 대법관과 친분이 없고 전혀 안 맞는 말을 지어낸 것”이라고 설명하며 관련성에 선을 그은 바 있다.

하지만, 당사자들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지난 21일 전 국민이 지켜보는 공식 석상인 대선 후보 TV토론회에서 조 대법관의 실명을 언급하며 정쟁의 한가운데 서게 되자 조 대법관도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관계자는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현직 대법관을 대선을 코앞에 두고 계속해 소환하자 부담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은지 기자 e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