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반장식(왼쪽) 한국조폐공사 사장이 1월 17일 신년 업무 파악을 위해 대전 유성구에 있는 ‘ID본부’를 방문해 차세대 전자여권 발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한국조폐공사 제공

정부와 ‘전자서명 활성화’ 협약
7월 모바일 운전면허 전국 확대

블록체인 모바일 플랫폼 ‘chak’
광역단위로 통합 사업 확대키로

민간기업서 ICT 전문인력 영입
경력직 대거 채용 등 조직 확충

‘디지털 화폐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조폐공사가 디지털과 정보통신기술(ICT) 공기업으로의 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최근 화제를 불러온 모바일 운전면허증부터 전자서명과 모바일 플랫폼 등 사업 영역 전환을 통해 미래 먹거리 확보에 나섰다.

조폐공사는 21일 △디지털 신분증 △전자서명 공통기반사업(간편 인증) △모바일 플랫폼 ‘착(chak)’ 등을 토대로 ICT 부문에 미래를 걸고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ICT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은 디지털 세계에서의 신뢰 사회 구축이라는 공적 기능과도 맞닿아 있다. 조폐공사 관계자는 “그동안 조폐공사는 ‘지급결제’ ‘가치 저장’ ‘신원인증’이라는 세 가지 가치를 실현해왔다”며 “실물경제에서 디지털 경제로 전환하면서 이 3가지 가치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할 것으로 보고 ICT 부문을 미래 수종 사업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조폐공사는 지난해 ICT 부문의 조직을 확충하고 글로벌 민간 기업의 임원 출신을 임원으로 영입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경력직을 대거 채용할 계획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조폐공사가 지난달부터 시범사업을 시작한 모바일 운전면허증.

조폐공사는 그동안 실물 신분증이 디지털 신분증으로 교체될 것으로 예상하고 인프라를 정비해왔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조폐공사는 지난해 3월 행정안전부로부터 모바일 신분증 및 전자서명 전문기관으로 지정받았다. 지난달 27일부터는 서울·대전을 중심으로 모바일 운전면허증 시범사업에 착수했다. 조폐공사는 시범사업을 거쳐 오는 7월부터 발급 대상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모바일 운전면허증은 사용자가 자신의 신원 정보를 직접 관리하는 ‘자기 정보 주권’(Self-Sovereign Identity)을 확보할 수 있어 국민 생활에 일대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서명 공통기반사업도 조폐공사가 역점을 기울이고 있는 부문이다. 전자서명 공통기반사업은 주요 공공 웹사이트에서 국민이 전자서명 인증 서비스를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민간 인증서를 라이브러리 형태로 통합·제공하는 서비스다. 행안부는 여권사업을 통해 신분증 인증 노하우를 쌓은 조폐공사의 역량을 인정해 지난해 1월 공사와 전자서명인증 공통기반 활성화를 위한 업무 협약을 맺은 바 있다. 특히, 공사가 2019년부터 운영해 오고 있는 블록체인 기반의 모바일 플랫폼 ‘착(chak)’은 ICT 부문 핵심 사업이다. 지난해 말 기준, 가입자가 70개 지방자치단체 150만 명으로, 공사는 올해 말에는 80여 개 지자체에서 가입자가 2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착을 통한 상품권 구매액도 서비스가 시행된 2019년 663억 원에서 2021년에는 1조4500억 원으로 급증했다. 누적 금액이 2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올해에만 1조7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자체들이 착을 통해 지급한 각종 정책수당 누적 지급액 역시 1000억 원에 이른다. 조폐공사는 착을 광역단위 통합플랫폼으로 확장·구축해 사업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반장식 사장은 조폐공사의 이런 변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업문화가 혁신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기업 문화 구축이 ICT 성공을 앞당긴다는 인식에서다. 이 때문에 반 사장은 임직원들을 만날 때마다 ‘Small Success Story’를 강조하고 있다.

업(業)의 성공적인 전환을 위해서는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조직문화 구축이 중요하다며, 혁신을 위해서는 거창한 구호보다 작은 성공사례들이 쌓여야 한다는 게 반 사장의 지론이다. 반 사장이 최근 취임 1년을 맞아 공정개선, 품질 혁신, 원가절감,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발상 전환 등을 통해 현장에서 혁신을 이끈 이른바 ‘Small Success Heroes’와 간담회를 갖고 ‘퍼스트 펭귄’이 돼달라고 당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