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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W기술 개발’ 공 들이는 완성차 업체들

차 1대에 전자제어장치 70~100개 탑재… OS로 통제해야 차량관리 쉬워
메르세데스-벤츠, 독자 개발 나서… 현대차그룹은 반도체까지 도전
혼다·볼보·제너럴모터스·르노 등은 ‘스마트폰 OS 강자’구글 손 잡기도
지난달 테슬라 해킹‘파문’… 범죄 악용 우려에 車보안기준 강화 추세

자동차는 더 이상 이동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스마트폰과 같은 정보기술(IT)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자동차에 각종 정보통신기술(ICT)이 접목되면서 차 안에서 음악을 즐기는 것은 물론, 이제는 인터넷 검색이나 쇼핑도 가능해졌다. 자동차가 도로 위의 스마트폰으로 불리는 이유다. 완성차 업체들은 차량 자체 기능 강화와 더불어 각종 안전 및 편의사양 고도화를 위해 하드웨어(HW) 측면 외에도 소프트웨어(SW) 기술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출시되는 차량에 탑재되는 전자장치(전장)부품이 증가하고 있다. 다양한 전장부품이 장착되면서 이를 제어하기 위한 전자제어장치(ECU) 탑재도 늘어나고 있다. 자동차 한 대에 들어가는 ECU는 70~100개에 달한다. 그동안 전장부품이 점진적으로 늘어나다 보니 완성차 업체들은 ECU 통합엔 많이 노력하지 않았다. 각 전장부품의 기능 구현에 필요한 ECU를 각각 개발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ECU가 늘어나면서 이를 통제하는 운용체계(OS)의 통합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OS가 통합되지 않으면 차량의 각 기능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모두 개별로 SW 시스템을 수정해야 한다.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차량 사후 관리가 힘들어지는 것이다.

이에 완성차 업체들은 ‘중앙 집중형’ 자동차 전기·전자(E/E) 아키텍처(구조) 설계를 위해 자체 OS 개발에 나서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ccOS’ 개발과 고도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자율주행 구현에 필요한 SW도 자체 개발한다. HW 부품은 외부 조달을 하더라도 SW는 내재화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더 나아가 반도체까지 자체 개발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디지털화 분야에서 SW와 전장의 원활한 통합을 위해 차량용 운영 체제 ‘MB.OS’를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MB.OS는 파워트레인과 자율주행기능, 인포테인먼트, 차체 및 편의 사양 등 4가지의 도메인으로 구성됐으며 차량을 클라우드 및 사물인터넷(IoT)에 연결시키는 기능을 한다. MB.OS는 향후 모든 벤츠 차량의 기반이 될 예정이다. 폭스바겐은 ‘vw.OS’를 개발해 지난해 출시한 차량 ID.3에 적용했다. 한국자동차연구원 관계자는 “완성차 그룹별 자동차 특징에 기반을 둔 OS 구조화와 브랜드 차별성 확보, 자체기술을 바탕으로 빅테크 기업과의 중장기 경쟁에 대비한 역량 확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하지만 해당 OS가 자사 완성차에만 적용될 경우 사용자가 부족해 자체 SW 생태계 성장이 제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체 OS 개발 대신 스마트폰 OS 강자인 구글과 협력하는 업체들도 있다. 스텔란티스와 혼다, 볼보, 제너럴모터스(GM), 르노 등은 차 전반에 대한 통합·제어 기능을 제공하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를 활용하고 있다. 인포테인먼트 중심인 안드로이드 오토와 달리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는 차 전체의 통합 제어기능을 제공한다. 업체들은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일부를 사용하거나 해당 OS에 자체 개발한 플랫폼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OS 개발에 나서고 있다.

OS 개발은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OTA(Over The Air) 기술 적용도 용이하게 해준다. OTA는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무선 통신을 통해 차량 SW를 업데이트하는 것이다. OTA를 통한 업데이트는 크게 내비게이션이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업데이트하는 소프트웨어 OTA(SOTA)와 동력 성능 등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펌웨어 OTA(FOTA)로 구분된다. 차량의 하드웨어를 바꾸지 않고 OTA를 통한 업데이트만 해도 차량에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추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하는 것도 가능해진 것이다.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 효율을 높일 수도 있다.

차량에 적용되는 ICT 기술 고도화로 스마트카 시대에 진입함에 따라 자동차 보안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차량과 차량, 차량과 도로의 구성요소들이 서로 통신하며 데이터를 주고받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때 해킹이나 개인정보 유출 등 외부 보안 위협이 가해지면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독일의 19세 청소년이 테슬라 전기차 25대를 해킹하면서 업계에 큰 파문이 일기도 했다. 비록 해킹은 주행 중 핸들 조작이나 가·감속을 하는 수준은 아니었고 차량 도어와 창문을 강제로 열거나 탑승자 여부를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충분히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세계적으로도 자동차 보안 기준이 강화되는 추세다.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가 2020년 6월 채택한 자동차 사이버보안 국제기준(UNR 155, WP29)은 올해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UNECE 회원국(유럽·아시아 등 60여 개국)에 등록되는 신형 자동차의 차량형식승인(VTA)을 받기 위해서는 자동차사이버보안관리체계(CSMS)에 대한 인증을 의무적으로 취득해야 한다. 승인을 받지 못한 자동차 제조사는 유럽 지역에 차량을 판매할 수 없다. 이에 현대차·기아도 최근 CSMS 인증을 취득했다. 업계 관계자는 “커넥티드카와 자율주행 등 전장 기술 비중이 높아지는 자동차 업계에서 보안 분야 역량을 갖춘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민 기자 j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