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미국이 지난 7일 1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패트리엇 미사일 프로젝트 서비스의 대만 판매를 승인한 가운데, 2007년 10월 10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국경절 퍼레이드에서 대만의 지대공미사일 포대가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글로벌 포커스
F-15 印尼 판매승인으로 본 美의 ‘국익 우선주의’

인권문제로 무기수출 미뤘던 美
“亞·太 중요한 파트너”라며 승인

대만엔 저고도 미사일 패트리엇
‘對중국 견제용 포석’ 관측 나와

美가 군사원조 동결했던 이집트
지난달 무기 판매 “중동서 중요”

카타르, 무인기 판매 요청했지만
무슬림형제단 후원국이라며 지연

워싱턴 = 김남석 특파원

미국 국무부는 10일 인도네시아에 139억 달러(약 16조6600억 원) 규모의 F-15 전투기(F-15ID) 36대와 엔진, 관련 군수품, 통신시스템 등의 판매를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국방부 국방안보협력국(DSCA)은 의회에 판매계획을 통보하고 관련 문서를 전달했다. 국무부는 “인도네시아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전진을 위한 중요한 역내 파트너”라며 “이번 판매를 통해 인도네시아 안보를 개선함으로써 미국의 외교·국가안보 목표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인도네시아가 강하고 효과적인 자위 역량을 갖는 것은 미국의 핵심 이익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표가 눈길을 끈 것은 그동안 미국이 인권 문제를 이유로 인도네시아에 대한 무기판매 승인을 지연해 왔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남중국해·서태평양 등에서 중국의 군사력을 차단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모색해 왔다. 경제·무역분야에서 미국 주도 공급망 재편을 위해 구상 중인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역시 거대시장이자 노동력을 보유한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의 합류 여부가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번 무기판매 승인은 바이든 행정부가 사활을 거는 대중국 견제를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미국이 1월 25일 이집트에 판매를 승인한 공군 슈퍼 허큘리스 C-130 수송기가 케냐 만다베이 심바 공군기지에 착륙하기 위해 접근하는 모습. AP연합뉴스

◇무기판매에서 드러난 바이든 행정부의 ‘국익 우선주의’= 16일(현지시간) DSCA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까지 바이든 행정부가 승인한 주요 해외 무기판매는 1월 5건, 2월 6건 등 모두 11건으로 집계됐다. 미국의 해외 무기판매는 정부 간 계약제도인 해외군사판매(FMS)와 각국 정부와 미국 업체 간 계약으로 이뤄지는 직접상업판매(DCS) 방식으로 나뉘지만 모두 미국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무기판매를 승인받은 국가는 인도네시아·프랑스·그리스·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요르단·이집트·대만 등 8개국이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7일 1억 달러 규모의 패트리엇 미사일 프로젝트 서비스를 대만에 판매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저고도 미사일 방어시스템인 패트리엇은 대만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인 톈궁(天弓)3과 함께 대만 대공방어망의 핵심이다. 지난해 1월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미국이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를 승인한 것은 지난해 8월 M109A6 팔라딘 자주포 40문 등 7억5000만 달러 규모의 무기판매를 승인한 후 이번이 두 번째다.

올 들어 중국의 군사적 압박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대만은 미국의 추가 무기판매 결정을 적극 환영했다. 대만 국방부는 “미국이 대만 안보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DSCA 역시 “이 판매는 군사력을 현대화하고 신뢰할 수 있는 방어력을 유지하려는 대만의 노력을 지원하는 것으로, 미국의 국가·경제·안보 이익에 기여한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강력히 반발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외교부 대변인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미 3개 공동성명을 준수해 무기판매 계획을 즉각 취소하고 대만과 군사관계를 단절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역대 미 행정부는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대만 무기판매를 제한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당시 F-16V 전투기, M1A2 전차 등 주력 무기를 대거 수출한 데 이어 바이든 행정부 역시 같은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셈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인권을 대외정책 핵심 기조로 삼고 지난해 8월 의회에 ‘무기판매 심사에 인권 부서의 조언을 더 많이 반영하겠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은 1월 25일 이집트에 슈퍼 허큘리스 C-130 수송기 12대와 관련 장비, 방공 레이더시스템 등 25억5000만 달러의 무기판매를 승인했다. 지난해 이집트 정부의 야권 탄압을 문제 삼아 1억3000만 달러 규모의 군사원조를 동결했던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이 180도 달라진 셈이다. 국무부는 “중동에서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를 돕는 것으로 미국의 외교·국가안보를 지원하는 것”이라고 승인 이유를 밝혔다. 예멘 내전·자말 카슈끄지 암살사건 등과 관련된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에 대해서도 올 들어 문제없이 무기판매가 승인됐다.

◇숙원인 무기판매 거부로 동맹 관계 금 가기도=카타르는 2020년 미국 정부에 6억 달러 규모의 MQ-9B 프레데터 무인기 4대를 판매해 달라고 정식 요청했다. 천연가스 생산시설 및 올해 말 월드컵 개최 시 대테러 경계 활동이 목적이었다. 카타르는 F-35 스텔스 전투기 구매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카타르는 지난해 8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당시 자국을 중간 기착지로 제공하는 등 바이든 행정부를 적극 지원했다. 하지만 미국은 카타르가 반미이슬람단체 무슬림형제단의 최대 후원국이자 반서방 성향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밀착관계라는 점 등을 이유로 무기판매 승인을 차일피일 미뤘고, 기약 없는 지연에 카타르 측의 불만은 고조됐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지만 에르도안 대통령 집권 이후 친러 행보로 미국과 계속 충돌하고 있는 터키 역시 F-35 판매 거부 탓에 갈등이 한층 격화했다. 당초 터키는 2014년 일찌감치 F-35 도입을 결정하고 공동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해 100대분의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2017년 러시아제 S-400 지대공미사일 도입을 전격 발표했다. F-35 관련 정보가 S-400에 연동된 네트워크를 통해 러시아 측에 넘어갈 수 있다고 우려한 미국은 F-35와 S-400 중 양자택일을 요구했으나 터키가 결국 S-400을 도입하자 F-35 판매를 공식 금지했다. 양국 관계는 더할 수 없이 악화됐고 공군 전력 약화를 우려한 터키가 러시아제 전투기 도입을 검토하면서 나토 퇴출론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