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보름 만에 인명사고 3건
해당기업 “원인규명·수습 최선”
기업들 작은사고에도 가슴 철렁
중견·중소기업체 위기감 더 커

지난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불과 보름 만에 산업현장에서 3건의 대형 인명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제조업을 포함한 산업계가 초긴장 상태에 빠져들었다. 관계기관, 부처의 강도 높은 조사, 수사가 이어지고 처벌 가능성이 현실화되자 중대재해처벌법 포비아를 호소하고 있지만 별다른 대응책은 찾지 못한 채 천운에 맡긴다는 자조 섞인 반응과 경영활동 위축에 따른 위기감을 호소하고 있다.

14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표산업 채석장 붕괴 사고(1월 29일), 판교 승강기 설치 작업자 추락사고(2월 8일)에 이어 지난 11일에는 여천NCC 여수 3공장 폭발 사고까지 발생하자 앞으로 닥칠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용노동부 광주노동청은 이날 경찰과 함께 여천NCC 3공장 현장사무실 등 3곳을 압수수색했다. 노동계와 범여권은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기업 총수 처벌론까지 거론하는 등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여천NCC 관계자는 이에 대해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사고 수습과 부상자 치유, 유가족 지원 등에 법적, 도의적 책임을 다할 방침”이라며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재발방지 및 안전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여천NCC는 한화와 DL그룹이 1999년 석유화학 원료 조달을 위해 절반씩 지분을 투자해 세운 합작사다. 여천NCC는 열교환기 기밀시험 과정에서 발생한 이번 폭발 사고로 4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 등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사고를 막기 위한 의무·책임을 다하지 않은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승강기 작업자 추락 사고가 발생한 요진건설산업 관계자도 “현재 사고원인은 조사 중으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기존보다 더 엄정한 재발방지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연이은 중대재해 사고로 산업계 전반은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중대재해 처벌 1호를 피하기 위해 모두 긴장하고 있는데도 예기치 않은 사고와 관련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며 “자연히 소극적인 경영 전략을 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공업계 관계자는 “사업장에서 작은 사고라도 나면 가슴부터 내려앉는다”고 털어놨다.

대기업보다 인력 투입이나 예산 등에서 열악한 중견·중소기업계의 위기감은 더 팽배한 실정이다. 경기 화성시에서 단열제 제조업체를 운영 중인 이모 대표는 “관련 대응에 여력이 없는 중견·중소기업계는 속수무책”이라면서 “법 시행 후에도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만큼 추상적인 수준의 사업주·경영책임자 의무사항을 구체화해 면책 범위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관범·황혜진·이근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