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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농산물 이어 축·수산물로 확대

동물약품 잔류허용기준 미설정시
일률기준 0.01㎎／㎏이하 적용
농약 오·남용까지도 철저 관리

축산농 1만1000가구 실태조사
동물약품 품목 신규 확대 파악
안전사용기준도 재정비하기로

박정민 기자

지난해 2월 정세균 당시 국무총리는 식품안전정책위원회를 주재하며 “국민께서 매일 드시는 먹거리의 안전을 확보하는 일은 국민 건강과 직결된 국가적 현안”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국민 건강이 위협받는 시대에 먹거리 안전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날 정 전 총리는 “농산물에만 적용하던 잔류허용물질목록제도(혹은 농약안전관리제도, Positive List System·PLS)를 소나 돼지, 닭, 생선 등 축산물과 수산물까지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우리가 먹는 식품원재료 생산에 쓰이는 화학약품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확인하기 어려웠지만 축산물·수산물에도 PLS를 도입해 소비자들이 생산물을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게 하겠다는 얘기다. 특히 2017년 발생한 ‘살충제 계란 사태’는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을 극대화한 사례로 꼽힌다. 유럽에서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에 오염된 계란과 가공식품이 유통된 사건 이후 국내산 친환경 계란에서도 피프로닐과 비펜트린 성분이 초과 검출되며 국민 먹거리였던 계란이 판매대에서 사라지는 등 일대 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26일 정부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를 중심으로 관계부처 합동으로 2024년 1월 1일부터 주요 축산물과 어류에 대해서도 PLS를 시행할 계획을 공개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날 “축산물 PLS 1단계 도입을 위한 자체 세부 추진계획을 마련해 사전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도입되는 축·수산물 동물약품 PLS는 사용이 허가된 동물약품의 잔류허용기준 목록을 정해놓고 이 목록에 없는 경우 불검출 수준(0.01㎎/㎏)의 기준을 적용하는 제도다.

농식품 분야에서는 살충제 계란 사건을 계기로 축산물에 사용이 허가된 동물약품뿐 아니라 오염이 우려되는 농약까지도 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또 축산물의 생산량 증대를 위해 가축에서 동물약품이나 농산물에서의 농약 오·남용 가능성도 존재할 뿐 아니라 축산물의 소비량 및 수입량 증가에 맞춰 국민이 안심하고 소비할 수 있는 수준의 안전관리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었다. 이에 정부는 2017년 12월 식품안전개선 종합대책 일환으로 농산물에 먼저 도입한 PLS를 축·수산물까지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그간 정부는 관계부처 협의회와 생산자단체 등 이해관계자 대상 설명회를 통해 축산물에 PLS를 단계적(주요 축종, 동물약품 → 기타, 농약)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주요 축산물인 한육우·젖소(우유)·돼지·닭·산란계(계란) 대상 동물약품에 우선 적용하되 도입 여건과 준비기간 등을 고려해 2024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제도가 안착하고 생산자들이 적응하기 위해 기타 축산물·동물약품 및 농약은 충분한 조사와 협의를 거쳐 향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의 축산물 PLS 시행 스케줄에 따르면, 먼저 축산농가 조사 결과를 토대로 품목 확대가 필요한 동물약품에 대해 안전성·유효성 평가를 실시해 2023년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2020년 축산농가 1만1000가구를 대상으로 동물약품 사용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동물약품 가운데 신규로 확대가 필요한 품목을 파악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안전사용기준도 재정비한다. 제도의 현장 적용성을 높이기 위해 이미 허가된 동물약품에 대한 재평가(서면평가·잔류성시험)를 통해 휴약기간 등 세부기준도 정비할 예정이다. 제도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생산자들의 협조가 필수다. 정부는 동물약품 사용 관행 개선을 위해 축산단체·협회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했다. 축산농가 교육(매년 의무 교육, 축산물 PLS 내용도 포함)도 실시하고 있다. 검사도 한층 더 엄격하게 진행된다. 생산단계 축산물(식육·식용란·원유)에 대해 잔류물질을 검사해 부적합을 받은 농가에 대해선 지속적으로 집중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뿐 아니라 관계 부처들도 새롭게 도입되는 PLS의 안착을 위해 분주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동물약품에 대한 과학적인 위해평가를 실시해 축산물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잔류허용기준을 설정하고 여러 가지 성분을 신속·정확하게 검사할 수 있도록 동시분석법을 지속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동물약품 제도 정비와 더불어 생산자들의 약품 사용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교육·홍보활동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생산자 설명회, 홍보물 제작, 축산 관계자 의무교육 등을 통해 생산단계부터 축산물의 안전성에 대한 엄격한 확보·관리가 가능해지면 소비자들도 안심하고 우리 축산물을 소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문화일보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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