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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성 검사 금지’말리크 취임
“수십년 투쟁 끝에 거둔 승리”

‘파키스탄 첫 여성 대법관 취임은 남성 중심 사회인 파키스탄에서 여성의 대표권을 얻기 위한 수십 년간의 투쟁 끝에 거둔 승리.’

여성 인권이 바닥 수준인 파키스탄에서 첫 여성 대법관이 나왔다. 주인공은 ‘성폭행 피해자 처녀성 검사 금지’를 이끈 아예사 A 말리크(56·사진)다. BBC에 따르면 파키스탄 첫 여성 대법관인 말리크는 24일(현지시간) 수도 이슬라마바드 대법원에서 취임 선서를 하며 16명의 다른 남성 동료와 나란히 대법관 직무를 수행하게 됐다. 임기는 10년이다. 왜곡된 종교 신념으로 인한 보수적 여성관이 사회 곳곳을 지배하는 파키스탄에서 말리크 대법관의 취임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남성 중심적이기로 유명한 파키스탄 법조계는 말리크 대법관이 “다른 후보자들에 비해 나이가 적다. 추천 순위 상위 3명에도 끼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어 그의 임명에 강력히 반발했다. 실제 말리크 대법관은 지난해 9월에는 이 같은 이유 등으로 사법위원회의 대법관 임명 심사에서 탈락한 바 있다.

이번 말리크 대법관의 임명은 파키스탄 사회의 ‘유리천장’을 깨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파키스탄은 남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여성 대법관이 한 명도 없었다. 고등법원 판사 중 여성 비율도 4%에 불과하다.

파키스탄 법조계와 인권운동가들 역시 말리크 대법관의 승진을 “역사적인 임명”이라며 환영하고 나섰다. 인권운동가이자 변호사인 니갓 대드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는 큰 진전이자 파키스탄 사법부의 새 역사”라고 말했다. 이슬라마바드에 거점을 둔 변호사 자르메네 라힘 역시 뉴욕타임스(NYT)에 “이슬람 가부장제와 이에 근거한 퇴행적 해석이 여성들에게 계속 족쇄를 채운다면 우리는 국가적 성공을 위한 인적 자본을 발전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키스탄은 세계경제포럼(WEF)이 성별 격차를 지수화한 성 격차 지수(Gender Gap Index)에서 지난해 156개 나라 가운데 153위를 차지할 정도로 성차별이 심각한 나라로 꼽힌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