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 게임체인저 경쟁, 갈길 먼 한국

반도체 경쟁 위기감 고조
컴퓨팅·AI 등 투자 확대

글로벌 반도체 업체 간 기술 경쟁이 본격화면서 삼성과 SK하이닉스 등은 차세대 컴퓨팅과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를 중심으로 앞선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인텔을 누르고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를 탈환했지만, 반도체 패권 경쟁 심화 등 넘어야 할 고비가 많아 위기감은 오히려 커지는 형국이다.

21일 시장 조사 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은 전년보다 31.6% 증가한 759억5000만 달러(약 90조6100억 원)로, 731억 달러(87조2100억 원)에 머문 인텔을 제쳤다. 차세대 기술 선점을 위한 국내 업체들의 발걸음은 한층 빨라지고 있다. 삼성전자 연구진은 최근 세계 최초로 자기저항메모리(M램)를 기반으로 한 ‘인-메모리(In-Memory) 컴퓨팅’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인-메모리 컴퓨팅은 메모리 내에서 데이터의 저장뿐 아니라 데이터의 연산까지 수행하는 최첨단 칩 기술이다. 삼성은 메모리 분야에서도 AI 프로세서를 탑재한 ‘HBM-PIM’ ‘AX-DIMM D램’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며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의 융·복합화를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SK그룹은 SK스퀘어·SK텔레콤·SK하이닉스 등을 중심으로 한 ‘SK 정보통신기술(ICT) 연합’을 통해 ‘사피온’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사피온은 SK텔레콤이 개발한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로 기존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비해 전력 사용량은 80% 수준인 데 반해, 딥러닝 시 연산 속도는 1.5배 이상 빠른 것이 특징이다.

민간기업이 반도체 산업의 최전선에서 분투하고 있는 것과 달리 정부 지원은 상대적으로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분석을 보면 미국은 2021년부터 8년간 반도체 분야에 총 57조 원의 투자금을 집행할 계획이지만 우리나라는 지난해부터 2029년까지 투자 예정인 자금이 1조2800억 원에 불과하다.

국내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마련된 ‘반도체 특별법(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도 업계에서는 ‘인력 확보’와 ‘세제 혜택’이 핵심인데 정작 알맹이는 쏙 빠져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법안 통과 과정에서 업계 최대 현안이었던 인력 확보를 위한 관련 학과 정원 확대와 연구·개발(R&D) 인력 52시간 탄력 근로제 제외 등의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