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지에도 식사 손님 ‘북적’
집합금지도 사실상 안 지켜져
“식당과 형평성 어긋나” 지적도

크리스마스 전야인 지난 24일 오후 4시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 체크인 시각이 되자마자 로비를 가로지르는 100m 길이의 대기 행렬이 만들어졌다. 그룹당 1명으로 줄서기를 제한했음에도 줄은 ‘ㄷ’자 형태로 호텔 문 앞까지 이어졌다. 바로 맞은 편에 자리한 호텔 라운지에도 식사하려는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며 북새통을 이뤘다. 1시간이 넘게 기다린 끝에 겨우 체크인에 성공한 고객들은 이번에는 객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다시 30분 가까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이날 그랜드하얏트 호텔은 가장 저렴한 등급의 방조차도 1박에 70만 원을 훌쩍 넘겼다. 호텔을 찾은 직장인 이모(30) 씨는 “코로나19 이전을 포함해 이렇게 호텔에 사람이 많은 것은 생전 처음 본다”면서 “이 정도면 거리두기 방역수칙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비슷한 시각 서울 중구 호텔신라,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광진구 그랜드워커힐 등에서도 그랜드하얏트호텔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모습이 연출됐다.

연말을 앞두고 사적모임 최대 인원을 4명으로 제한하는 새로운 방역수칙이 시행되고 있지만,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7일 호텔·관광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 서울 시내 특급호텔은 사실상 전 객실이 매진됐다. 긴 줄을 서는 사람과 라운지에서 식사하는 사람들이 서로 뒤섞여 방역에 대한 불안심리를 조성했다. 영업시간과 인원 제한으로 예약 줄 취소가 이어지는 일반 식당 등과 대조를 이루면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연말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해 연말 전국 호텔과 리조트 등 숙박 시설의 이용률을 50% 이하로 제한했다. 그러나 올해는 인원 외에 이용률은 제한을 두지 않았다. 서울 5성급 호텔의 한 관계자는 “올해는 호텔 레스토랑 같은 경우, 취소가 되더라도 대기자가 워낙 많아 연말까지 더 이상 예약을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희권 기자 leehek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