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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수 논설위원

李 말 바꿔 부동산세제 흔들어
보유세 확대에서 동결로 급변
세금폭탄 주도한 여당도 반란

文정부 책임 압박 與 자기부정
대선 피해 1년 유예·동결 우롱
선거 후엔 도로 좌회전 의구심

과연 배반의 시기다. 문재인 정권이 임기 내내 금과옥조처럼 여겼던 징벌적 부동산 세제가 성토 대상이 됐다. 세금폭탄이 잘못이라고 질책하는 여권 내부의 반란이어서 더욱 흥미롭다. 진원지는 바로 이재명 여당 후보다. 이 후보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1년 한시적 유예에 이어 징벌세의 토대인 공시가격 제도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등 이제까지 여권에서 금기시했던 것을 주장하며 벌어지는 일이다. 대선 전략·전술에 따른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해도 철옹성처럼 지키던 댐에 자기 진영의 손으로 구멍을 내는 격이니 이런 꼴불견도 없다.

여권 대선 후보가 현재의 권력을 부정하고 독자 목소리를 내는 게 놀랄 일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청와대를 비롯한 문 정부는 자기들 역시 배반의 대상이라는 현실에 당혹해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다주택자 양도세 유예 요구에 해당 부처는 물론 청와대 수석들과 정책실장까지 잇달아 공개 반대하고, 김부겸 국무총리까지 가세해 반박하는 정도다. 그러나 이 후보는 청와대의 양보를 원한다고 하고, “선거 후에라도 하겠다”며 완강하다. 이 후보 측은 문 정부와의 부동산 차별화를 계속할 것이라고 한다.

사실 문 정부로선 이 후보의 반기가 뜻밖일 것이다. 그는 그동안 부동산 불로소득을 없애야 한다며 세금 강화에 적극적이었다. 2년 전엔 공시가가 시세를 반영하지 못한다며 현실화를 주장했고, 얼마 전까지는 종합부동산세보다 강한 국토보유세(국토배당세)를 신설해 보유세를 더 내게 하겠다는 공약까지 제시했었다. 며칠 전 방송에선 “종부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런 그가 돌변해 양도세 유예·보유세 동결로 말을 바꾸는 것이다. 여기에다 농어촌 주택 3년 보유 시 종부세를 면제하는 법안도 내게 했고, 문 정부가 지난해 7월 폐지한 아파트 임대사업자의 세금 경감도 모색한다. 아무리 봐도 대선용 말 바꾸기다. 그의 말에 신뢰성이 안 보이는 이유다.

더 가관인 것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다. 문 정부 5년간 세금 폭탄을 주도적으로 만들었던 장본인이 느닷없이 세제 정책 기조를 손바닥 뒤집듯 바꿔 이 후보의 반기에 동조하며 뒤를 받치기에 여념이 없다. 민주당은 이 후보의 요구에 맞춰 문 정부를 압박해 지난 20일 당정협의를 통해 보유세 1년 동결, 1주택 고령층 종부세 납부 유예, 보유세 증가율 상한선 인하 등의 합의사항을 만들어 내년 3월 대선 전에 구체적 방안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지도부는 이어 지난 22일엔 기존 당론을 뒤집기 위해 의원총회까지 열었고, 내부 반발을 덮으려고 특위까지 만들었다. 당내 인사들의 변신도 놀랍다. 지난해 8월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으로서 전세대란을 촉발한 전·월세 신고제 등 임대차 3법을 강행했던 윤호중 원내대표, 기획재정위원장으로 양도세 중과세 등 부동산세 3법을 통과시켰던 윤후덕 선대위 정책본부장, 심지어 문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윤건영 선대위 정무실장까지 기존의 징벌세 수호 입장을 일거에 걷어차고 이 후보로 말을 바꿔 탔다. 최근엔 서울시장에 출마했던 박영선 선대위 디지털대전환위원장이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방향은 맞았지만 너무 급진적이었다”고 주장하며 가세했다.

이런 여당의 반란은 자기 부정이다. 지난 4월 보궐선거 참패 이후 민주당이 1주택자의 종부세·양도세를 완화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정권 임기 말에 자신은 책임에서 빠진 채 전적으로 정부 탓이라며 정책을 바꾸라고 되레 압박한다. 운명공동체인 문 정부를 부정하고 뒤엎는 것이다.

이 후보와 민주당이 돌변한 것은 그만큼 내년 대선이 급하다는 신호일 수 있다. 국민이 분개하는 세금 폭탄을 그대로 둔 채로는 선거를 기약 못 한다는 절박감이 읽힌다. 물론 문 정부도 동병상련이다. 그러나 이 후보와 민주당은 세금 폭탄이 문제라면서도 정작 중과세는 존치해놓고 1년 유예·동결로 땜질하고 있다. 내년 3월 9일 선거일을 넘기고 보자는 꼼수다. 가히 ‘이재명표(標) 세금 포퓰리즘’이다. 반복되는 이 후보의 말 바꾸기는 공허하기만 하다. 좀처럼 잘못을 시인하지 않고, 사과·반성을 외면하는 문 정부와 다를 게 없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다시 좌회전해 되돌아갈 것이란 의구심이 커진다. 이러다가 큰코다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