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호주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캔버라 국회의사당 회의실에서 확대정상회담 기념촬영을 기다리며 스콧 모리슨(오른쪽) 호주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국·호주 정상회담

오커스·쿼드 등 참여하는 호주
中견제·종전선언 확연한 이견
모리슨 “역내 주권훼손 막아야”

문재인 대통령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의 13일 정상회담에서 중국에 대한 견제 등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한 방안을 두고 확연한 온도 차가 감지됐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중국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최대한 삼갔지만, 모리슨 총리는 미국의 입장을 대변하듯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를 위협하는 중국의 존재를 에둘러 비판하고 한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미국은 물론 미국과 같은 입장에 선 우방국까지 중국을 향한 압박에 동참해 달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어 문 대통령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은 기자회견에서도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한 두 나라 간 협력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특히 대중국 견제의 강도와 방향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다. 우선 호주는 미국에 이어 일찌감치 내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했지만 문 대통령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이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뒤 동맹국들의 동참 선언이 이어지고 있지만, 종전선언 등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무작정 이에 함께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 강화에 대해서도 모리슨 총리는 “양국 간 그리고 유사 입장국 간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 구축이 중요하다”며 공급망 협력의 배경에 중국 견제가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에 대한 한국과 호주의 입장을 밝혀 달라는 질문에 대해 문 대통령은 “양안 관계의 평화와 안정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고 긴밀하게 연계돼 있다”며 “양안 관계가 대화를 통해 평화롭게 발전해 가길 기대한다”고 에둘러 말했다. 이에 모리슨 총리는 “한국은 중요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이자, 역내에 깊이 관여하는 국가로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에 혜택을 줄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와 쿼드(Quad, 미국·일본·인도·호주의 대중국견제 협의체)에 대해 모리슨 총리는 “역내에서 주권을 훼손당하는 경우에는 파트너십을 형성해 역내 국가의 주권을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라며 “오커스와 쿼드의 경우 오랜 세월 동안 형성돼 온 그런 관계”라고 밝혔다. 중국을 압박하는 협의체의 의도를 감추지 않은 셈이다. 종전선언 구상에 대해 문 대통령은 “관련국인 미국과 중국 그리고 북한이 모두 원론적인, 원칙적인 찬성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지만, 모리슨 총리는 “타협을 해선 안 되는 것이 있다. 바로 자유와 안정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두 정상은 희토류 등 핵심광물 공급망과 방위산업, 우주산업 등에 대한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과 호주는 역내 안정과 평화·번영을 위해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며 “오늘 계약이 체결된 K-9 자주포 사업을 신호탄으로 전략적 방산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