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생명과학Ⅱ’ 점수 빠진 수능 성적 통지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가 배부된 10일 오전 광주광역시 서구 광덕고등학교 교실에서 ‘생명과학Ⅱ’에 응시한 한 학생이 수능 성적표를 받고 있다. 학생이 받은 성적표(작은 사진) ‘생명과학Ⅱ’ 부분이 공란으로 처리돼 있다. 연합뉴스

수능 생명과학Ⅱ 출제오류 논란
오늘 오후 ‘정답 취소’ 첫 재판
전원 정답처리땐 표준점수 영향
17일 수시합격 등록 일정 차질
소송결과 늦어지면 정시도 꼬여

10일 교육부가 출제 오류 논란이 불거진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생명과학Ⅱ 점수를 비워둔 채 성적표를 배부한 가운데 대학입시 일정에 차질이 예상되면서 수험생들이 대혼란에 휩싸였다. 이날 생명과학Ⅱ 응시자 92명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제기한 정답 결정 처분 취소 소송의 재판이 본격 시작되면서 오는 16일 대학별 수시합격자 발표 전까지 판결이 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학원가와 수험생들은 “소송 결과에 따라 표준점수와 수능 등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입시가 한층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달 19일 치러진 수능 채점 결과를 이날 수험생들에게 통지했다. 다만 전날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정답 결정 효력을 정지하라는 법원 판단이 나오면서, 이 과목 성적은 공란으로 처리됐다. 1994학년도 수능이 시행된 이후 수능 정답 효력에 대한 집행정지는 이번이 처음이다.

당장 오는 16일 수시모집 합격자 발표가 예정된 가운데 학생들이 불완전한 성적표를 받게 되면서 입시 일정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제시한 대학들이 신입생을 뽑지 못하게 될 경우 오는 17일부터 시작되는 수시모집 합격자 등록 일정도 미뤄지게 된다. 본안 소송 결과가 올해 안에 나오지 않을 경우 오는 30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진행되는 정시모집 일정도 꼬일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이에 대해 “이른 시일 안에 향후 대입 일정 등 필요한 사항을 안내하겠다”며 “본안 소송이 신속하게 진행돼 후속 일정에 차질이 없길 기대한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본안 소송 접수부터 1심 판결까지 짧아도 수개월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대입 일정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반드시 다음 주 초에는 선고 결과가 나와야 하며, 특히 평가원은 법원이 수험생들의 문제 제기를 들어줄 것을 가정해 플랜B로서 미리 새로운 채점 결과도 마련해 놓고 선고가 나온 것과 동시에 수험생들에게 즉시 통지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생명과학Ⅱ 응시생은 6515명으로 전체 응시자 44만8138명의 1.5%에 해당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생명과학Ⅱ 20번 문제가 전원 정답 처리될 경우 표준점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수험생들이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과학탐구Ⅱ는 서울대와 카이스트 등에 지원하기 위한 필수과목인 만큼, 상위권 입시가 한층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임 대표는 “공식 발표는 안 나왔지만 논란이 된 20번 문항 정답률이 대략 25%로 추산되는데, 전원 정답 처리가 되면 틀렸던 75%는 득을 보게 된다”며 “그렇게 되면 수시는 물론 정시 당락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 수험생은 “학생들의 진로가 뒤바뀔 수 있는 사안이므로, 그냥 넘어가지 말고 (평가원에) 출제 오류에 대한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