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4일째… 실제 현장과 괴리
QR체크 않고 직원도 확인 못해

“바빠 죽겠는데, 어떻게 일일이 다 확인합니까.”

8일 밤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한 유명 고깃집. 18개 테이블 모두 만석으로 북적거리는 상황에서 서빙 직원 세 명이 땀을 흘리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들은 착석한 손님에게 “개별로 안심콜을 걸어달라”고 요구했지만, 곧장 다른 테이블 호출이 들어와 별도로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종업원 A 씨는 “아직은 계도기간 아니냐”며 “그렇지 않아도 일손이 부족한데 직장인이 몰리는 저녁, 점심시간에는 백신 접종 여부를 물어볼 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식당,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 출입 시 ‘방역 패스’ 의무화가 시행된 지 9일로 나흘째를 맞았지만, 다수 업장에서 백신 접종 여부 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역패스 자율 확인을 통해 코로나19 확산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본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종업원, 방문객 모두 ‘도덕적 해이’가 겹쳐 방역망에 구멍이 숭숭 뚫리고 있었다.

문화일보 취재진이 시행 첫날인 지난 6일부터 사흘간 광화문·공덕 일대 방역 패스 의무적용시설 10곳을 둘러본 결과, ‘QR체크’ 등을 통해 꼼꼼히 접종증명을 확인하는 업장은 절반인 5곳에 불과했다. 특히 직장인의 점심·저녁 식사가 몰리는 ‘러시아워 타임’에 방역 패스 미확인 사례가 다수 보였다. 전날 낮 12시 중구 순화동의 한 유명 설렁탕집도 넥타이 부대의 발길로 붐볐지만, 접종증명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가게 앞에 설치된 QR체크를 진행하자, 종업원은 별도 질의 없이 자리를 안내했다.

광화문의 모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도 방역 패스 확인은 느슨하게 진행됐다. ‘매장을 이용할 것이냐’는 종업원 질의에 “테이크아웃 하겠다”고 답한 한 손님은 음료를 받은 뒤 돌연 좌석에 착석했다. 곧장 다른 손님 주문을 받던 종업원들도 제지하지 않았다. 매장에서 만난 직장인 이모(28) 씨는 “정부는 방역 패스 의무대상을 확대한다던데, 지켜지지도 않는 수칙을 범위만 늘린다고 효과가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김성훈·전세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