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지친다…” 광주시 북구보건소 선별진료소의 한 검사요원이 1일 오후 팔을 늘어뜨리고 고개를 숙인 채 연일 밀려드는 코로나19 진단 검사자들로 지친 심신을 잠시 달래고 있다. 연합뉴스

■ 확진자 연일 폭증… 선별검사소 ‘의료진의 사투’

물밀듯이 밀려오는 검사자들
앉을 여유도 없어 피로 누적
난로 있어도 천막 틈 칼바람
“확진 더 늘면 어떡하나 막막”

“추위보다 더 힘든 건 코로나19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아 생기는 절망감입니다.”

지난 7월부터 6개월째 서울 서초구 심산기념문화센터 드라이브스루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문재웅(28) 간호사는 “운영 시간은 12시간에서 9시간으로 줄었는데 검사 수는 이전의 3배는 된다”며 “4차 대유행이 퍼졌던 여름에 한고비 넘긴 줄 알았는데 지금이 가장 큰 고비고 제일 힘들다”고 털어놨다. 그는 “차 문마다 의료진이 일일이 다가가 검사를 하기 때문에 난로 앞에 가만히 서 있을 수 없어 온몸이 춥다”고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검사를 기다리는 차량 행렬은 1㎞까지 이어졌다.

2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5266명으로 이틀 연속 5000명대 이상 쏟아지면서 의료시스템이 붕괴 직전에 놓인 것은 물론이고 의료진도 탈진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서울역 임시선별검사소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정모(34) 씨는 “하루에 800∼900명가량 검사를 진행했는데 최근에는 1500∼1600명씩 검사를 받으러 오고 있다”며 “이제는 앉아 있을 여유도 없어 다리가 아플 때가 많아 피로감이 더 심해졌다”고 말했다. 서울시청 임시선별검사소의 임상병리사 김모(28) 씨도 “검사자들이 물밀 듯이 밀려들다 보니 선 채로 진단키트를 계속 들고 있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어깨가 항상 뻐근하다”고 호소했다. 강남구보건소 의사 정용영(54) 씨는 “4차 대유행이 시작된 여름부터 인력을 13∼14명에서 23명으로 늘리면서 마지막 고비일 줄 알았는데 또다시 한계가 온 것 같다”며 “1만 명까지 확진자가 나오면 어떻게 더 감당할지 막막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날씨까지 영하로 떨어져 의료진의 피로도가 가중되고 있다. 정 간호사는 “감염 우려 때문에 손을 컨테이너 바깥으로 빼서 검사를 진행하는데 손이 시리다”고 말했다. 삼성역 임시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던 의료진 유모 씨는 “난로가 있어도 천막 틈 사이로 열기가 나가 춥고, 모래주머니를 쌓아놓아도 강한 바람이 천막을 날리기도 한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의료진은 귀마개, 목도리, 방한 신발로 온몸을 꽁꽁 싸매고, 라텍스 장갑 아래 얇은 면장갑을 한 겹 더 꼈다. 김종연(54) 임상병리사는 “면장갑을 낀 뒤 라텍스에 비닐장갑까지 총 3개를 낀 덕에 그나마 손이 덜 시리다”며 “굳은살이 배겨 밴드를 감을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복되는 코로나19 검사, 추운 날씨 등으로 인해 사명감 하나로 버티는 의료진에게 폭언하는 시민들도 있다고 했다. 강남구보건소의 한 의료진은 “추위는 견딜 수 있지만 검사받는 분들의 폭언, 반말에는 힘이 빠지는 게 사실”이라며 “간혹 ‘감사하다’고 격려해주시는 시민을 만나면 이상하게 힘이 난다”고 말했다.

김보름·최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