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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30代 리포트

‘양극화’ 체념한 20대와 달라
“능력 따른 기회의 평등 절실”

“금수저에게 인생은 보물찾기다. 실패해도 찾고 찾다 보면 결국 보물을 발견할 수 있다. 반면 흙수저에게 인생은 지뢰찾기다. 실패하는 순간 한 번 터져버린 폭탄으로 인해 만회할 기회가 없다.”

정윤호(36·가명) 씨는 각각 금수저와 흙수저인 두 사업가 친구를 보며 이런 결론을 내렸다. 정 씨는 “둘 다 정말 열심히 노력했는데 두 사람을 가른 건 실패 후였다”며 “집안의 도움을 받은 금수저 친구는 세 번째 도전 끝에 지금은 신문에도 가끔 인터뷰가 실리는 전도유망한 30대 기업인이 됐고, 다른 친구는 빚 때문에 결혼에도 실패했다”고 말했다. 정 씨는 “부모 자산의 영향으로 출발점이 달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실패 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없거나 부족한 사회인 건 불공정하다”고 토로했다.

30대는 치열하게 사회적 기회를 모색하는 시기다. 30대 후반엔 수많은 선택이 낳은 성적표도 받아본다. 다만 지금의 30대는 한국 경제를 일군 산업화 세대가 생을 마감하며 남긴 부를 직간접적으로 상속받으면서 태어날 때부터 각기 다른 출발선 앞에 서 있다는 차이가 있다.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기준 30대가 세대주인 가구 가운데 상위 20%의 평균 자산은 9억2504만 원으로 하위 20%의 3884만 원보다 23.8배로 많았다. 그에 비해 경상소득은 각각 평균 1억425만 원, 3414만 원으로 3.1배 차이에 그쳤다. 30대 가구의 자산 격차가 소득보다는 부의 대물림 등에 의해 벌어졌다는 걸 드러낸 간접 지표다.

이런 이유로 지금의 30대는 어느 정도의 역량을 갖췄다면 경기에 뛸 자격이 주어져야 하고, 참가자 모두가 적어도 같은 규칙을 적용받아야 한다고 여긴다. 이마저 무너지면 도전 자체의 의미를 잃기 때문에 지금의 30대가 ‘공정성’에 촉각을 곤두세운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교직원인 문영수(34) 씨는 “금수저와 흙수저는 출발지도 다르지만 목적지로 달려가는 속도도 다르다”며 “능력에 따른 기회의 평등 정도는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장인 박철지(35·가명) 씨는 “능력에 따른 진정한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며 “일례로 부모 경제력에 따라 스펙이 좌우되는 대학 수시전형보단 학력고사의 부활이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석호 서울대 교수는 “지금의 30대는 부모의 경제력에 의해 자신의 운명이 결정되는 게 많은 세대”라며 “세대 내 불평등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된 세대”라고 진단했다. 그는 “습관적 절망과 체념으로 부모의 경제력마저 하나의 능력으로 수용한 20대와 달리 30대는 부의 대물림에 따른 세대 내 불평등에 분노하며 공정에 대한 목소리를 계속 제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특별기획취재팀 = 김충남(사회부)·임정환(국제부)·김유진(정치부)·민정혜(전국부)·이정민(산업부)·전세원(사회부) 기자

민정혜 기자 leaf@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