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이코노미 - 美테이퍼링 본격화하면…

최근 미국이 테이퍼링(점진적 양적완화 축소)을 선언한 이후 ‘강(强)달러’ 흐름이 나타나면서 그 원인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2013년 5월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테이퍼링 시사 발언을 했을 때도 달러화 강세 흐름이 나타난 바 있다. 달러화 강세가 급격하게 이뤄졌던 당시 상황을 일컬어 ‘테이퍼 텐트럼’(Taper Tantrum·긴축 발작)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테이퍼링을 했을 때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뭘까. 테이퍼링 이전에 미 Fed는 매달 1200억 달러(약 141조 원)의 채권과 주택저당증권을 매입해 왔다.

‘양적완화’라 불리는 정책을 통해 나타나는 효과는 두 가지다. 우선 시장에 직접 달러를 공급해 유동성을 풍부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또 한 가지는 채권 금리를 낮춤으로써 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쉽게 한다는 측면이다. 어느 쪽이든 경기를 활성화하는 게 목적이다. 물론 이 경우 시장에 달러가 풍부하게 공급되기 때문에 달러화의 가치는 낮아지게 된다. 원·달러 시장에서 환율이 내려가게 된다는 의미다.

테이퍼링은 반대의 효과를 가져온다. 미 Fed가 국채 등의 매입을 줄이기 때문에 시중 유동성이 회수되는 효과가 있다. Fed라는 고정적인 구매처가 사라지기 때문에 채권 가격은 하락한다. 반대로 채권 금리는 올라간다.

이때 한국과 같은 신흥 시장에 퍼져 있던 글로벌 자금들이 미국으로 돌아갈 동인이 생긴다. 가격이 싼 데다가 금리까지 높은 미국 채권을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 증시 등에서 글로벌 자금이 대거 이탈하는 현상은 이 같은 맥락 아래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Fed의 통화정책이 급격히 완화적으로 바뀌자 달러화는 약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초 1240원을 넘었던 환율은 팬데믹이 확산한 3월 이후 연말까지 1100원에 근접하게 떨어졌다. 그 후 테이퍼링 가능성이 제기되며 달러화는 강세로 돌아섰고 테이퍼링 선언 후 최근 원·달러 환율은 1170~1180원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다만 Fed가 사전에 시장과 충분히 교감한 만큼 과거와 같은 테이퍼 텐트럼에는 이르지 않는 수준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환율이 1200원까지 다시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김승혁 NH선물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강달러 압력은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 1200원 선까지 열어놔야 한다. 변동성 자체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