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 인터뷰 - 美·中 패권다툼속 외교

한국과 호주는 서로를 ‘유사 입장국’으로 칭한다. 인도 태평양 지역 내에서 민주주의와 인권, 법치주의 수호라는 공통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도 그렇지만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속 사실상 선택을 강요받는 중견국이라는 입장에서도 그렇다. 캐서린 레이퍼 주한 호주대사가 지난 10일 인터뷰에서 강조한 것은 호주의 ‘국익’과 ‘주권’이었다.

레이퍼 대사는 호주가 외교적으로 중국보다 미국에 가까워지는 것으로 보인다는 질문에 “우리는 누구의 편을 드는 게 아니라 호주 국익에 부합되는 것으로 생각해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호주의 국익과 주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데, 중국에선 다르게 보고 있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우리는 민주주의와 주권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있으며, 한국과도 이 부분에서 의견을 같이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원칙에 입각한 국제질서와 자유 통상, 주권과 민주주의, 국제법 준수 등”이라고 강조했다.

레이퍼 대사는 최근 호주와 중국 간 갈등에 대해 “양국 관계가 최근 어느 정도 경색된 것은 사실이다. 아시다시피 중국이 통상 부문에서 호주에 어느 정도 과한 조치를 취한 부분이 있다”며 “당국 대 당국이 만나 중국이 호주에 갖고 있는 문제의식이 무엇인지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기회가 있길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는 중국과의 외교 갈등이 통상 부문으로까지 번지며 석탄과 와인, 목재, 랍스터의 중국 수출을 금지당했다. 이는 최근 국내에서 큰 혼란을 빚고 있는 요소수 사태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는데, 원료가 되는 요소를 추출하는 데 필요한 호주산 석탄이 중국에 수입되지 않은 점도 중국의 요소수 수출 제한의 원인이 됐다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 바 있다. 요소수 부족 사태가 터진 후 우리 정부는 10일 군 수송기를 호주로 보내 요소수 2만7000ℓ를 긴급 수입해왔다. 레이퍼 대사는 “한국이 공급 부족 사태에 대응하는 데 호주가 어느 정도 도움이 됐다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이를 계기로 새로운 공급망 체계를 구축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