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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리아 빅 체인지 7 - ⑥ 세계 패권의 변동

美, ‘中견제’ 印·太동맹과 협력
英·호주와는 안보 협력체 출범
中 ‘일대일로 전략’으로 맞대응

냉전시대 美·소련 보건문제 협조
지금 美·中은 자국이익만 내세워
글로벌 공동이슈 새 길 모색해야

WTO,무역분쟁 해결기능 상실
濠와 무역갈등으로 中 전력대란
러,천연가스로 유럽 ‘쥐락펴락’

코로나 대처 국수주의 성향 뚜렷
아프리카 인구 8%만 백신 접종
선진국들은 벌써 부스터샷 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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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돌아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이후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고 선언했다. 취임 직후 서명한 1호 행정명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협약 재가입이었고, 세계보건기구(WHO)에도 곧바로 복귀했다. 하지만 지금 세계 각국은 묻고 있다. 미국이 정말 돌아온 것인가.

바이든 대통령의 선언에도 불구, 제2차 세계대전 이후 70년간 이어져 온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여전히 흔들리고 있다. 중국의 부상과 반세계화 움직임, 민족주의 확산이라는 추세는 이어지고 있고,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이를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의 리더십 복귀를 천명한 바이든 행정부 역시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관행과 자국 우선주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독점이 대표적이다. 팬데믹 종식을 위해선 어느 때보다 국제적 연대가 절실하지만, 역설적으로 세계 각국의 자국 중심주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타고 확산하며 연대의 가능성을 요원하게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미·중 신(新)냉전, 2020년 코로나와 함께 이미 시작됐다 = 기존 강대국과 신흥 강대국 간의 피할 수 없는 전쟁을 지칭하는 말인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미·중 패권 경쟁은 현재 진행형이며 앞으로도 더욱 심화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 9월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유엔 총회 연설에서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중국이 속한 인도·태평양 지역을 미국의 최우선 과제로 지목하며 이를 위해 ‘동맹’들과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연설의 대부분 내용도 중국을 겨냥하고 있었다. 중국도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가동하며 관련국들을 사실상 ‘줄 세우기’ 하고 있으며 연일 미국을 향해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미·중이 이미 ‘신냉전’을 시작했다고 본다. 미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미국과 중국이 자신들만의 신냉전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은 더 이상 논쟁의 여지가 없다”고 분석했고, 브루킹스 연구소의 선임연구원 토머스 라이트는 “미래 역사가들은 신냉전의 공식 시작을 2020년 초로 정할 것”이라며 특히 미·중 간 신냉전의 시작에 코로나19 팬데믹이 있다고 지적했다.

◇ 트럼프든 바이든이든 모두 ‘아메리카 퍼스트’…각자도생 시대 개막 =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글로벌 리더 지위를 복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다자주의를 주장한다. 파리기후협약 재가입과 유엔 인권이사회, WHO 복귀 등은 이를 위한 일련의 노력이었다. 하지만 이는 아프가니스탄 철군, 미국·영국·호주 3국의 안보 협력체 오커스(AUKUS) 출범 등으로 빛이 바래고 있다. 미국은 자국 이해관계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 아프간에서 끝내 철수했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다른 유럽 국가들과 미리 논의하지 않은 채 호주, 영국과 안보 협정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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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바이든에게 있어 미국은 돌아왔지만, 동시에 미국은 여전히 먼저다”라면서 ‘미국 우선주의’가 문을 닫은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경영관리 하에 들어갔다고 분석했다. 프랑스의 베테랑 외교관 제라르 아로는 “미국 정책은 언제나 ‘미국 우선주의’였다. 다만 차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만 우선’이었다”며 “소설 ‘걸리버 여행기’ 속 걸리버가 소인들이 매 놓은 밧줄에 묶인 것과 같은 약소국들의 ‘걸리버 제약’을 두려워하는 미국은 다자주의였던 적이 한 번도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협력은 미국의 이익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이 배경에는 미국 외교·경제 정책이 점점 더 보수화돼가는 미국인들의 특성이 반영돼 있다.

◇에너지난·공급망 위기 속 ‘오타키 경제’의 부상 = 경제적 측면에서 팬데믹이 촉발한 공급망 충격과 에너지난은 국가 내에서 자급자족하는 ‘오타키(Autarky) 경제’(폐쇄적 자립경제)를 부활시키고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등으로 대표되는 이 흐름이 팬데믹과 결합하면서 급속한 힘을 얻은 것.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기업의 80% 이상이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장애를 경험했으며, 75%의 기업은 해외 공장을 국내로 복귀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호주와의 무역 갈등으로 석탄 수입을 중단한 중국은 사상 최악의 전력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세계 최대 천연가스 보유국인 러시아는 에너지 자원을 무기로 유럽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멜버른대학의 국제관계학 수석 강사 예브게니 포스트니코프는 “팬데믹은 전 세계 공급망에 얼마나 많은 국가가 의존하고 있는지, 공급망 위기로 이 국가들이 얼마큼 흔들릴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며 “그래서 오타키 경제가 부상하는 것으로, 이 같은 추세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상당히 우려스러운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통제 불능으로 치닫는 무역 분쟁을 막기 위한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회원국 간 무역분쟁을 해결하고 다자협상을 통해 무역규범을 제정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세계무역기구(WTO)는 무기력 상태다.

◇리더가 사라진 세계에 출현한 전지구적 재앙 … 연대는 불가능한가 = 이런 국제정세 속에서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역시 분절적이다. 어느 때보다 각국이 힘을 합쳐야 하는 시기지만, 각국은 협력보다 개별적 생존에 주력하고 있다. 자국 중심주의를 넘어 국수주의적 성향까지 두드러지면서 전 세계적 남북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로 아프리카는 전체 인구의 8%만이 백신을 접종한 반면, 선진국들의 백신 접종률은 평균 70%를 넘는 데다 ‘부스터샷’(추가 접종)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다. 백신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면제해 백신 개발 기술을 공유하자는 주장은 공염불에 그쳤다. “백신 불평등이 팬데믹을 늘린다”는 WHO의 외침은 줄곧 무시되고 있으며 “백신 민족주의를 넘어 백신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로 보인다”(WP 칼럼니스트 캐런 아티아)는 지적까지 나온다. 미국 세턴홀 대학 외교국제관계대학원의 얀종 후앙 교수는 “냉전 시대에도 미국과 소련은 보건 문제에서는 협력했는데, 지금 미·중 간에는 세계적인 공동 위협에 맞서는 협력 관련 논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후변화 대응도 마찬가지다. 각국이 자국 에너지와 식량 수요를 우선시하고 세계 개발보다 국가 안보에 더 투자하며 온실가스 배출 억제 노력을 등한시한다면 올여름 이미 세계 곳곳이 불타버린 것과 같이 극심한 폭염과 가뭄으로 인한 대규모 산불, 홍수, 해수면 상승 등 치명적인 환경 영향과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일부 기후학자는 이 같은 미래를 이야기할 때 “트럼프 월드(자국 우선주의가 초래한 전세계적 재앙)”라고 표현한다. 기후와 보건, 경제, 정치 등 분야에서의 ‘코드 레드’는 이미 울리고 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