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정책회의 이메일 공개
상부 보고용 구체적 지시 담겨
‘중장기 정책과제’ 표기 입단속

여가부 “내용 파악해 입장 발표”

산업통상자원부의 ‘대선 공약 발굴 지시’ 논란에 이어 여성가족부에서도 직원들을 동원해 여당의 대선 공약을 몰래 만들도록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28일 “산업부에 이어 여가부도 직원을 시켜서 대선 공약을 몰래 만든 증거를 확보했다”며 여가부 차관 주재 정책공약 회의 내용이 담긴 내부 이메일을 공개했다. 하 의원은 “산업부 차관의 선거 공약 개발 논란에 청와대가 정치 중립 시비를 선제 차단하겠다며 강력히 경고했지만, 실은 관권 선거를 지휘하는 진짜 배후 아니었느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하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여가부는 지난 7월 29일 차관 주재로 과장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정책공약 회의를 열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수정사항’을 직접 요구하고 8월 3일까지 수정한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해당 이메일에는 ‘210829(여가부) 정책공약(안)(ver.3, 차관님 회의 후).hwp’라는 제목의 파일도 첨부됐다. 하 의원은 “아이디어 검토가 아니라 상부에 보고하려고 부처 차원에서 공약을 구체적으로 지시하고 검토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또 여가부 내부 이메일에는 “과제 관련 외부 전문가, 연구진들의 의견을 참조하여 중장기적인 발전 방안을 강구할 것”과 “과제 관련 외부 회의, 자문 구할 시에는 ‘공약’ 관련으로 검토한다는 내용이 일체 나가지 않도록 하며, ‘중장기 정책과제’로 용어 통일할 것”이라고 주의사항이 적혀 있다.

하 의원은 “행정부의 정치 중립 위반 문제를 충분히 의식하고 입단속 시켰다는 결정적 증거”라고 강조했다. 이에 하 의원실은 여가부에 공약 검토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지만, 여가부는 “내용을 파악 중에 있다”며 “곧 입장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박진규 산업부 1차관은 지난 8월 산업부 기획조정실 주관으로 열린 ‘미래 정책 어젠다 회의(가칭)’에서 직원들을 향해 ‘대선 공약으로 괜찮은 어젠다를 내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져 정치 중립 위반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도 “매우 부적절하다. 차후 유사한 일이 재발하면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질책한 바 있다.

하 의원은 “문 대통령은 정치적 중립을 위반한 산업부 차관에게 부적절하다고 경고했지만, 여가부 차관도 같은 잘못을 저질렀다”며 “청와대가 배후였으니 차관들이 마음 놓고 대선 공약을 개발해 여당 뒷바라지 노릇한 것 아니겠느냐”고 관권 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또 “문 대통령은 산업부·여가부 장관·차관을 즉각 경질하고 조직적으로 이뤄진 관권 선거 의혹을 명명백백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후민·박정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