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1988년 제24회 서울 올림픽 개회식에 부인 김옥숙 여사와 함께 참석한 노태우 전 대통령. 연합뉴스

■ 재조명되는 공과

광주민주화운동 진압 관여하고
정경유착 통해 4000억원 축재

민심 수용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인천공항 건설 실행…건보 확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별세로 그의 재임 시절 엇갈렸던 공과가 재조명되고 있다.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받아들여 군사정권 종료와 문민정부 탄생의 다리 역할을 맡아 정치·경제 민주화를 추진하고, 북방 외교와 남북관계 개선을 주도한 것은 공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12·12 군사 쿠데타, 광주 민주화운동 탄압 등 역사적 과오와 정경유착, 비자금 문제 등 오점도 남겼다.

노 전 대통령은 1987년 6월 집권 여당이던 민주정의당 대표 시절 ‘6월 민주항쟁’으로 상징되는 민주화 세력의 거센 요구에 대통령 직선제 개헌 등을 담은 ‘6·29 선언’을 발표했다. 그는 같은 해 치러진 13대 대선에서 당선돼 직선제로 선출된 군인 출신 첫 대통령 타이틀을 달았다. 그는 대통령 취임 후 5공 청산을 내걸고 청와대와 내각의 군부 인사를 민간인 전문가로 물갈이했다. 5공화국 비리 특별수사부를 개설, 육사 동기이자 전임자인 전두환 전 대통령 등 군사정권 관련자 일부를 사법 처리하기도 했다. 언론기본법 폐지 등을 통해 민주화를 앞당긴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1990년 민주정의당,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의 ‘3당 합당’은 김영삼 문민정부를 탄생시키는 데 기여했지만 호남 지역주의의 시초가 됐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는다.

특히 공들였던 북방 외교는 노 전 대통령의 대표적인 성과로 거론된다. 노 전 대통령은 1988년 ‘민족자존과 통일 번영을 위한 대통령 특별선언’(7·7선언)을 발표하고 북한과의 적대적 대결관계 청산을 선언했다. 중국, 소련 등 공산국가와 관계 정상화 추진 계획도 내놓으며 헝가리와 수교를 맺어 물꼬를 텄다. 이후 소련과는 1990년, 중국과는 1992년 수교를 맺었다. 인천국제공항과 경부고속철도(KTX), 수도권 1기 신도시 건설 등 계획을 구상해 실행에 옮긴 것이나 국민연금 도입, 건강보험 전 국민 확대 정책 등도 성과로 꼽힌다.

하지만 군 내의 불법 사조직인 하나회를 결성하고 12·12 군사 쿠데타의 주동자였다는 점은 씻을 수 없는 과오로 남았다. 노 전 대통령은 12·12 쿠데타 당시 자신이 맡고 있던 9사단 병력을 중앙청으로 출동시켜 신군부 권력 장악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한 신군부 핵심으로 거론되는 데 대해서도 평생 본인의 직접 사과는 없었다. 대신 노 전 대통령의 장남인 재헌 씨가 2019년부터 계속 광주를 찾아 사죄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또 경제 성장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경제 개혁을 이루지 못하면서 퇴행시켰다는 비판을 받는다. 1986년 이후 3년간 3저(저달러·저금리·저유가) 현상 속에도 집값 폭등, 부실공사 등 각종 부작용을 막지 못했다. 재벌 개혁 대신 정경유착을 일삼은 것은 1995년에 이르러 4000억 원대의 비자금 축재 사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정권 초 시도했던 토지공개념 도입 등 경제정의 실천을 위한 개혁도 재벌과의 유착으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