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와 육사동기·5共청산 애증
부고소식 듣고 말없이 눈물

26일 노태우 전 대통령의 별세로 고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 김종필 전 국무총리와 함께 한국 정치사에 큰 획을 남겼던 ‘1노 3김 시대’가 막을 내렸다. 노 전 대통령을 후계자로 삼았던 전두환 전 대통령만 홀로 남게 됐다. 암 투병 중인 전 전 대통령은 건강문제로 조문을 하지 못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은 1987년 전 전 대통령 추천으로 민주정의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된 뒤 직선제 개헌 등을 내세워 3김을 따돌리고 제13대 대통령에 당선돼 ‘1노 3김 시대’를 열었다.

노 전 대통령은 3당 합당 등 ‘1노 3김 시대’에 한 축을 담당해왔으나 김대중(2009년 8월 18일)·김영삼(2015년 11월 22일) 전 대통령, 김종필(2018년 6월 23일) 전 총리에 이어 26일 별세하면서 ‘1노 3김 시대’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노 전 대통령 별세로 60여 년에 걸친 ‘육사 동기’ 전 전 대통령과의 애증 관계도 끝이 났다. 노 전 대통령은 1979년 12·12 쿠데타로 전 전 대통령이 권력을 잡은 후 2인자로 자리매김한 뒤 대통령 바통까지 이어받았으나 집권 후 5공 청산을 진행하면서 관계에 금이 갔다.

전 전 대통령은 26일 노 전 대통령의 부고를 듣고 침묵 속에 눈물을 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빈소 조문이나 별도 애도 메시지는 없을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27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부인 이순자 여사에게서 노 전 대통령 별세 소식을 접하고 아무 말씀을 하지 않은 채 눈물만 흘리셨다”며 “건강 때문에 (빈소에) 못 가실 것 같다. 부축 없이 걷기도 힘든 상태다”고 말했다. 사자명예훼손 혐의 등에 대해 재판이 진행 중인 전 전 대통령은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 골수종을 진단받고 투병하고 있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