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후보 선출 16일만의 만남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전 청와대 상춘재 회동에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손짓을 하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후보가 민주당 경선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지 16일 만에 이뤄진 이날 두 사람의 회동은 차담 형태로 진행됐다. 연합뉴스

정무수석 배석 50분간 차담
靑 “정치적 오해 없는 대화”
野, 대장동 의혹 면죄부 비판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만났다. 이 후보가 지난 10일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지 16일 만이다. 이 후보가 정권 재창출 ‘후임자’로 공식 인정받는 자리로, 문 대통령이 이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는 행보로 풀이된다. 야당에서는 두 사람의 만남은 대통령의 정치 중립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대장동 특혜·비리 의혹과 관련,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주는 행위이자, 명백한 선거 개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청와대 상춘재 앞뜰에서 이 후보와 만난 뒤 50여 분간 차담을 나눴다. 오찬은 따로 하지 않고, 배석자는 이철희 정무수석으로 최소화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유권해석을 받았다”며 “선거와 관련되지 않고 정치적인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을 사안으로 대화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권에서는 정치적 사안에 대한 언급이 없더라도 만남 자체가 상징하는 바가 크다는 평이 나온다. 경선 과정에서 극에 달했던 당내 갈등을 봉합하고 지지층의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는 하나의 발판으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 지사의 후보 선출 직후 “이재명 지사의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을 축하한다”며 “경선 절차가 원만하게 진행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경선 결과를 두고 이낙연 전 대표 측이 반발하고 있던 시점을 감안하면, 이 지사에게 힘을 실어준 셈이다.

야권은 문 대통령이 이 후보에게 ‘대장동 의혹 면죄부’를 줬다며 비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에서 “대통령이 대장동 게이트 핵심 혐의자인 이 후보를 만나는 건 수사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이라며 “이 후보를 보호하라는 명확한 지시를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SNS를 통해 “이 후보는 범죄 수사 대상자”라며 “잘못된 만남으로 명백한 선거 개입 행위”라고 비판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2012년 민주당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간의 만남에 대해 ‘선거중립 훼손’,‘정권연장을 위한 계약동거’,‘비밀회동 및 밀담’이라고 비판했다”며 “이번 회동은 내로남불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민병기·손고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