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사회복지급식관리지원센터 소속 전문 영양사가 한 노인요양시설에 방문해 어르신에게 질환과 장애 등을 고려한 맞춤형 영양식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 식·의·약 혁신, 건강한 삶 지킨다
- 식약처 급식안전관리 지원

작년 노인복지시설 9120곳 중
75%는 영양사 관리 없이 급식
어린이집 지원 노하우 기반으로
노인·장애인 시설로 대상 확대

내년 급식안전 지원법률 시행에
지원센터 7곳서 내년엔 50여곳

10월은 경로의 달이다. 지난 2일은 정부가 지정한 노인의 날이었다. 그러나 2025년에는 우리나라 국민 5명 중 1명을 차지할 노년 계층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는 올해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에는 65세 이상의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3%를 차지하고 2040년에는 33.9%, 2050년에는 39.8%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 문제는 앞으로 닥쳐올 문제가 아니라 눈앞에 닥친 문제인 셈이다. 이 같은 고령화 추세 속에서 노인요양시설 같은 노인복지시설에 입소하는 노인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장기요양기관 같은 노인복지시설 상당수가 전문적인 급식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노인급식 관리 확대 시급 =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 결과 지난 연말 기준 식사를 제공하는 노인복지시설 9120개 중 약 75%(6827개)가 영양사의 관리 없이 식사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각종 실태조사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식자재 사용, 급식시설 위생관리 문제, 소량의 음식 제공 등 요양원 부실 급식 사례가 끊이질 않았다. 지난 5월에는 인천의 한 요양원에서 입소 노인들에게 먹다가 남은 음식을 갈아서 식사로 제공한 사실이 알려지며 사회적으로 큰 공분을 샀다. 더욱이 노인은 만성질환으로 인해 영양관리 필요성이 타 계층에 비해 높고, 빈곤 노인의 경우 특히 영양 취약계층으로 몰리기 쉽다. 고혈압·당뇨, 섭식 기능 저하 등 노인성 질환·장애를 고려한 음식 제공도 중요하다. 이 때문에 노인복지시설의 전반적인 급식의 질을 제고하고 이를 위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급식관리지원센터 효과 톡톡 = 식약처에서는 이 같은 요구를 적극 수용해 사회 취약계층인 노인·장애인이 이용하는 사회복지시설의 급식시설까지 급식안전관리 지원을 확대해왔다. 그간 식약처에서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 사업을 통해 구축해 놓은 인프라와 노하우를 기반으로 했다. 식약처는 어린이집, 아동복지시설 등 어린이에게 급식을 제공하는 시설 중 영양사가 없는 소규모 급식소를 대상으로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를 통해 급식위생, 영양관리, 식습관 개선 등의 지원 사업을 실시해 왔다. 전국 모든 지방자치단체에 센터가 설치돼 있어 어린이집 교사뿐 아니라 부모에게도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현재 식약처는 노인 복지시설 급식 지원과 관련해 2019년부터 전국 7개의 사회복지급식관리지원센터를 시범사업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국 391개 노인복지시설 8400여 명의 노인이 혜택을 받고 있다. 사회복지급식관리지원센터는 노인들의 개인별 식사·영양 관리를 위해 노인요양시설에 전문 영양사를 파견해 맞춤 지도하도록 하고 있다. 고령으로 저하된 섭식 기능, 영양소 섭취 기준 등을 고려해 맞춤형 식단과 조리법을 제공하고 조리원이나 요양보호사를 대상으로 영양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노령화 영양 관리는 글로벌 추세 = 식약처의 이러한 활동은 노령화와 그에 따른 영양·급식의 문제를 국가적 문제로 인식하고 해결하는 세계적인 추세와도 부합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고령화에 수반되는 노인의 영양 문제를 국가정책에 반영하도록 촉구하고 있으며, 미국은 고령자법(OAA)에 의해 노인센터 또는 마을회관 등의 급식시설을 통해 저소득층이나 사회적인 도움이 필요한 노인들에게 균형 있는 식사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우리나라도 지난 7월 27일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양질의 안전한 급식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노인·장애인 등 사회복지시설의 급식안전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바 있다. 내년 7월 본격 시행 예정인 이 법안에 따라 사회복지급식관리지원센터는 노인·장애인 등이 이용하는 사회복지시설 급식소에 정기적으로 현장 지도를 하고 맞춤형 식단·조리법 제공 등 체계적인 급식관리 지원을 하게 된다. 식약처는 법률 시행을 1년여 앞두고 그간의 시범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사회복지급식관리지원센터를 추가로 설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먼저 예산 확보를 통해 시행 첫해인 내년에는 전국 50여 개의 지자체에 우선적으로 사회복지급식관리지원센터를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영양사가 없는 소규모 사회복지시설 내 노인과 장애인에게 양질의 급식을 제공하고 차차 전국적으로 그 범위를 넓혀 가겠다는 계획이다. 식약처는 “어린이부터 노인·장애인 등 취약계층까지 급식 안전관리 대상을 확대, 국민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급식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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