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이익환수 관련 말 바꾸고
유동규 임명 기억도 얼버무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경기지사)가 ‘대선주자 청문회’격이었던 국회 국정감사에서 불리한 상황이 발생하면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몰랐다”는 취지의 답변으로 일관해 신뢰받는 대선 주자 이미지를 만드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후보 캠프 측은 이 후보가 성공적인 국민 청문회를 치렀다고 평가했지만, 전문가들은 21일 “이 후보가 대장동 특혜·비리 의혹에 대한 야당 의원의 질의를 받고 요리조리 피하거나 비아냥거리는 모습을 보인 것은 실책”이라며 “정치적으로 득보다 손해를 봤다”고 평가했다.

이 후보는 전날(20일)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서 쟁점이 된 △초과 이익 환수 조항 논란 △대장동 개발 관련 핵심 인물 임명 과정 등에 대해 모두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모르고 있었다”고 일관했다.

특히 초과 이익 환수 조항 부분에 대해서는 지난 18일 행정안전위 국감 당시 “조항을 추가하자고 하는 일선 직원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발언이 ‘배임 논란’으로 번지자, 이날 국감에서는 “최근 언론 보도가 되니까, 이런 이야기가 내부 실무자 간 있었구나 알게 됐다”고 말했다. 성남시장 재직 때는 이러한 논의 자체를 몰랐다는 취지로 말이 바뀐 것이다. 국민의힘 등 일각에선 국감 미꾸라지 같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장동 개발 비리·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임명에 대해서도 “기억이 안 난다”고만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에 이어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지사님이 임명한 것이 맞지 않느냐”고 재차 질타했지만, 이 후보는 “제가 사인을 했는지, 임명 권한이 저한테 있었던 건지, 누구한테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고만 했다. 심 의원이 “그런 말씀이 어딨느냐”고 하자 이 후보는 “그게 있을 수 있죠”라고 답변했다.

유 전 본부장 압수수색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 전 본부장이) 당시에 자살한다고 약을 먹었다고 한다. 침대에 드러누워 있었다고 들었다”고도 묻지 않은 내용을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본인밖에 알 수 없는 내용을 어떻게 아느냐. 누가 말해줬느냐”고 묻자 또다시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후보를 “‘대장동 조커’”라고 지칭하며 “물타기 신공, 세 치 혀로 본인이 설계한 죄과 안에 제1야당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고 비판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모른다’는 것은 곧 무능을 인정하는 것으로, 정치적 내상을 크게 입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