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새벽 공항서 체포·압송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 폭로 직후 미국으로 출국했던 남욱 변호사가 18일 새벽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뇌물공여약속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관들에게 체포돼 서울중앙지검으로 압송되고 있다. 곽성호 기자

■ 입국하자마자 공항서 체포

부스스한 장발에 청바지·재킷
신원노출 우려 미용실 못간 듯

실소유주 등 핵심 질문엔 침묵
시민단체 “몸통 누구냐” 고성

인천공항 = 정유정 기자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키맨’인 남욱 변호사에게 18일 전 국민적 시선이 쏠리고 있다. 미국으로 출국한 지 한 달여 만에 귀국한 그의 ‘입’에 따라 내년 청와대 주인이 바뀔 수도 있는 상황인 만큼 정치권은 물론 한국 사회 전체가 촉각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집값 상승으로 자포자기에 빠져 있는 많은 국민은 대장동 사건의 전모가 과연 무엇인지 분노와 허탈감 속에서 이번 사건을 지켜보고 있다.

이날 남 변호사가 탄 로스앤젤레스발 대한항공 KE012편이 도착하는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은 1시간 전부터 취재진으로 크게 붐볐다. 해당 항공편은 오전 5시 1분쯤 공항에 도착했고, 여객기에 탔던 승객 대부분이 나온 후 오전 5시 44분쯤 남 변호사가 검찰 직원과 함께 입국 게이트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공항 게이트 안쪽에서 대기하던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남 변호사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체포영장으로 신병을 확보했다. 이날 남 변호사는 눈에 띄게 초췌한 모습이었다. 신원 노출을 우려해 미용실에 가지 못한 듯 정돈되지 않은 장발의 부스스한 머리를 하고 있었다. 그는 또 정장 차림이 아닌, 청바지와 후드 재킷을 입은 상태였다. 검찰에 체포됐지만, 수갑을 찬 상태는 아니었다.

검찰과 함께 이동하는 남 변호사를 향해 취재진은 각종 질문을 쏟아냈다. “사전 도피 의혹이 있었는데 왜 돌아왔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남 변호사는 “죄송합니다”라고 답했다. “앞으로 일정이 어떻게 진행되나”라는 물음에는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사장이 되는 걸 어떻게 미리 알았나” “미국 출국 전 김만배와 얘기를 했나” “그분은 누구라고 추측하나”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는 누구라고 생각하나” 등 질문이 이어졌지만 남 변호사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질문을 이어가려는 취재진을 피해 남 변호사가 급하게 공항을 빠져나가면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공항으로 나온 시민단체 회원들은 남 변호사를 향해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활빈단 회원들은 “몸통이 누구냐” “대답해라” “도둑놈”이라고 외쳤고, 일부는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남 변호사는 검찰 관계자들과 함께 터미널 6번 출구를 통해 서울중앙지검 호송차를 타고 이동했다. 그를 태운 호송차는 인천공항을 출발한 지 약 1시간 만에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다. 남 변호사는 지난달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기 직전 미국 샌디에이고로 출국했다가 수사팀의 요청을 받은 외교부의 여권 무효화 조치로 이날 귀국했다.